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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사이트] 허영인 회장의 디테일

성공을 도와주기 2016. 12. 25. 14:55

[CEO 인사이트] 허영인 회장의 디테일

서울 양재동 SPC그룹 본사에 위치한 연구개발(R&D)센터 `이노베이션 랩`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파리바게뜨 등 계열사 신제품을 놓고 시식 행사가 열린다. 요일은 유동적이지만 시식 시간은 오후 2시로 똑같다. "배가 고플 때는 어떤 것을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신제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점심 식사 후 배가 부른 상황에서도 더 먹고 싶은 맛을 내야 한다." 시식에 거의 빠지지 않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67)이 행사 시간을 직접 정하며 전한 말인데 세부적인 것까지 신경 쓰는 그의 경영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허 회장이 고급 빵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설립한 파리크라상이 지난 17일로 30주년을 맞았다. 수많은 제빵업체들이 명멸하는 동안 회사가 계속 성장한 배경에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챙긴 허 회장의 역할이 컸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제빵업체를 경영하려면 `빵의 모든 것`을 섭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1981년 미국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 입학했다. 빵 박사가 된 그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일화가 있다. 허 회장은 프랑스 정통 바게트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제맛이 나오지 않았다. 원료와 제조 과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보니 모든 게 문제였다. 그는 프랑스에서 밀(원맥)을 수입하고 제분 기술자까지 초빙해 바게트용 밀가루를 만들었다. 빵을 구울 때도 프랑스 돌오븐을 사용했다. 모든 디테일을 만족시킨 결과 프랑스에서 맛보았던 바게트가 탄생했다. 

2005년 11월 착수해 11년 만에 결실을 본 토종 천연효모 발굴도 세밀한 것까지 챙겨야 한다는 신념에서 나왔다. 효모는 빵맛을 결정하는 핵심 원료지만 자체 개발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허 회장은 1만종이 넘는 미생물을 분석한 끝에 천연효모를 찾아냈고, 올해 제품화에도 성공했다. 

그는 삼립식품을 설립한 고 허창성 회장의 차남으로 2세 경영자다. 삼립식품 계열인 샤니를 물려받았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986년 파리크라상을 설립하며 창업 1세대 못지않은 도전에 나섰다. 그는 프랜차이즈 경영에 두각을 나타냈고 10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랐다. 파리바게뜨의 성공을 견인했던 두 축은 꼼꼼한 관리 시스템과 R&D였다. 이 중 허 회장이 더 신경 쓰는 분야는 R&D다. 제품의 품질과 완성도는 R&D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빵을 수백만 개 만들어도 소비자는 빵 한 개를 산다. 한 개라도 좋지 못한 빵이 나오면 그것을 사먹는 사람은 빵이 나쁘다고 한다." 허 회장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선친의 유언인데 최고경영자는 작은 것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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