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스마트폰 초기화면 장악한 NBT…한국·중국 1억2000만명 '터치'
(1) 화면잠금 앱 최강자 '포스트 네이버' NBT
초기화면에 광고·콘텐츠 '모바일 포털'로 성장
중국서만 1억건 다운로드…미국·동남아 공략 나서
모바일 5위 광고매체 '우뚝'…이르면 내년 상장
박수근 NBT 대표(맨 왼쪽)와 직원들이 이 회사의 주력 서비스인 화면잠금앱 ‘캐시슬라이드’가 작동하는 화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 성장성이 가장 빠른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NBT는 아직 일반 대중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이 회사가 서비스하는 ‘캐시슬라이드’는 한국에서 1800만명, 중국(서비스명 쿠후아)에서 1억명이 다운로드한 화면잠금앱이다. 대기업·벤처기업 수십곳과의 경쟁 끝에 한국과 중국에서 화면잠금앱 최강자로 자리 잡은 캐시슬라이드로 NBT는 지난해 창업한 지 3년 만에 6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올해 1000억원 돌파가 무난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올 들어 상장 전담인력을 채용하는 등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선 이 회사를 업계에서는 ‘포스트 네이버’라 부른다.
한·중 스마트폰 잠금화면 1인자
10여년 전 PC가 보편적이던 시절 네이버가 초기 화면을 장악한 것처럼 이 회사는 스마트폰 초기 화면을 장악하고 있다. 2012년 말 캐시슬라이드가 출시된 이후 라떼스크린, 허니스크린, 쿠차슬라이드, 플레이락, 도돌락커, 포인트락커 등 수십종의 화면잠금앱이 쏟아져 나왔다. 스마트폰을 쓸 때마다 가장 먼저 보이는 화면잠금앱으로 초기 화면을 장악하면 광고 등으로 엄청난 매출이 가능하고 확장성도 크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CJ 등 대기업은 물론 네이버 넥슨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잇따라 유사 상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대부분 서비스를 종료한 가운데 캐시슬라이드가 80%에 육박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캐시슬라이드는 2014년 중국에 쿠후아(Coohua)라는 이름으로 진출, 1주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다운로드 1억건을 돌파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NBT가 중국에 진출한 이후 머니락커 등 현지 중국 업체들이 출시한 수십종의 앱이 나왔지만 경쟁을 뚫고 화면잠금앱 1위에 올랐다. 한·중 스마트폰 사용자의 초기 화면을 잡은 NBT는 이제 미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리고 있다. 최근 미국 시장에 프론토라는 화면잠금앱 서비스를 출시하고 현지 지사를 설립하는 등 공략에 나섰다.
잠금화면서 모바일 게이트웨이로
NBT가 포스트 네이버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초기 화면을 장악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캐시슬라이드는 2012년 말 나올 당시 단순 리워드(보상)앱에 불과했다. 앱을 다운로드하면 스마트폰을 쓸 때마다 초기 화면에 이 앱이 제공하는 광고 등이 보였다. 사용자가 화면을 밀면(슬라이드), 그때마다 5원 안팎의 적립금을 쌓게 해줬다. 일정 금액이 쌓이면 현금처럼 모바일에서 상품이나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는데 대부분 업체가 여기서 어려움을 겪었다.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적립금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업체들이 사업을 접은 것이다. 화면이 무거워지고 원치 않는 광고가 자꾸 노출되는 등 거부감만 불러일으킨 경우도 많았다. 이 와중에 캐시슬라이드는 적립금이 쌓이는 속도보다 사용자와 광고 매출이 더 빨리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고, 계속 진화하면서 살아남았다.
단순 리워드 서비스이던 캐시슬라이드는 2014년 이후 미디어로 탈바꿈하고 있다. NBT는 스스로를 ‘모바일 게이트웨이’로 부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포털(관문)이다. 즉 네이버의 뒤를 잇는 차세대 모바일 포털이 되겠다는 것이다. 실제 초기엔 사용자의 절대 다수가 적립금을 쌓기 위해 이 앱을 썼지만 이제는 뉴스, 동영상 등 각종 콘텐츠를 보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모바일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상장 준비 착수
창업한 다음해 바로 흑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2014년 355억원, 지난해 58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1000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어 매출 성장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NBT의 중국 매출이 조만간 한국 매출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서 월평균 250만명이 사용하는 캐시슬라이드는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밴드에 이어 모바일 앱 중 다섯 번째로 큰 광고매체다. 최근 이 회사는 상장과 관련해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본격적으로 IPO 준비에 나섰다. 상장 주관사로는 미래에셋대우를 선정했다. 이르면 내년 상장이 유력하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작게 시작해 날카롭게 시장 접근…고객층 좁혀 서비스 만족도 높였죠"
스타트업의 본질은 남들이 불가능하다는 일 도전해 변화 만드는 것
차세대 대박상품 찾으려 회사명 'Next Big Thing'
박수근 NBT 대표(사진)는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캐시슬라이드를 처음 구상했을 때 모두 이 사업은 안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기어코 해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이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게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게 본질”이라며 “지금도 우리는 남들이 안 된다고 하는 일에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하지만 “아무런 사회 경험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게 두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2010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BCG의 한국지사에 입사했다. 그는 2년 만에 BCG를 나와 ‘불확실성이 가득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창업의 길을 택했다.
박 대표는 “뭔가 허전하고 가슴이 먹먹했다”고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녔지만 ‘현재의 중요 이슈에만 매몰돼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 힘든’ 한계를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잘되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 차세대 대박상품(next big thing)을 찾고 싶었다”며 “그래서 회사 이름도 그 약자인 NBT로 지었다”고 했다.
박 대표를 포함해 BCG 출신 3명, 개발 전문가 1명 등 창업 멤버 4명이 모두 이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옥탑방에 모여 캐시슬라이드를 기획했다. 반응은 냉랭했다. “안 된다”는 반응과 거절을 수십번, 수백번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심지어 제품이 나오고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순간에도 대부분은 “그게 한계야. 더 이상은 안돼”라고 했다. 박 대표는 그래도 “주변의 이런 냉소적인 반응에도 창업자와 직원들의 믿음과 희망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했던 한국과 중국의 스마트폰 화면잠금앱 시장에서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작게 시작해 뾰족하고 날카롭게 시장에 접근했기 때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초기에 10대 청소년 등으로 고객층을 좁히는 대신 이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구현한 게 적중했다는 얘기다. 수많은 카피캣(모방상품)이 한국과 중국에서 쏟아져 나왔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모바일 잠금화면 서비스의 본질을 모른 채 겉모습만 베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창업을 하고 나니 예전 컨설팅 회사에 다닐 때에 비해 5배 더 힘들지만 10배 더 재밌다”며 “세계 최초로 화면잠금앱을 만들어낸 회사답게 스마트폰에서 세계인이 사용하는 모바일 미디어의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모두 "NO" 할 때…젊은 창업자들 새 길 열다
중국 1억명 내려받은 '쿠후아'
세계 1억명 영상메신저 '아자르'
기존 산업 틀·규제 뚫고 성공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NBT가 2014년 선보인 스마트폰 잠금화면 앱(응용프로그램) 쿠후아(국내 서비스명 캐시슬라이드)는 중국 앱 시장을 발칵 뒤집어놨다. 작은 한국 기업이 내놓은 서비스를 중국인 1억명이 내려받았다. 중국 현지업체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앱을 출시했지만 쿠후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이퍼커넥트가 개발한 아자르라는 영상 메신저 서비스는 출시 3년도 안 돼 세계에서 1억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안상일 대표(35)는 대학생 때부터 창업해 세 번이나 실패했지만 계속 도전했다.
스마트스터디 창업자인 김민석 대표(35)는 ‘콘텐츠로는 돈 벌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고 핑크퐁 캐릭터로 해외 시장에 진출,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 1억3000만건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지난 23일 내놓은 ‘2015년 기업생멸 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2009년 이후 기업의 5년 생존율은 27.3%로 전년보다 1.7%포인트 떨어졌다. 기업 열 곳 가운데 일곱 곳이 5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얘기다. 이처럼 기업 생존이 힘들어지고 있지만 청년 기업인의 창업과 글로벌 진출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기존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업가정신으로 신시장을 일구고 있다.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45)는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인수, 창업 3년 만에 매출 4000억원, 기업가치 4조7000억원으로 회사를 급격하게 키웠다.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산업,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내는 이들이 한국 경제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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