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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과 기업 소통문화

성공을 도와주기 2018. 12. 4. 09:48


알쓸신잡'과 기업 소통문화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서울경제, 6월 26일자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인기다. 다섯 명의 잡학박사가 전국 각지로 수다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반나절은 지역을 여행하고 남은 반나절은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펼친다. 단순한 콘셉트이지만 3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리 수를 기록했다. 출연자들은 전 정치인이자 작가, 소설가, 뇌과학자, 맛 칼럼니스트, 작곡가로 이뤄져 있다. 자기주장이 확실하다고 소문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쉽게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 모여 의외로 폭풍 수다를 떠는 모습이 흥미롭다.

이들의 소통 방식에는 특징이 있다.

첫째는 존중이다. 출신 배경과 나이가 다른 그들이 친구들처럼 자유롭게 수다를 떤다. 그래도 존댓말과 상대에 대한 존중은 잊지 않는다. 상대를 ‘~님’이라 호칭할 때도 있는데 전혀 어색함이 없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사람도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려는 사람도 없다.


 두 번째는 쌍방향이다. 액션과 리액션이 살아 있다. 만약 대화 도중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그는 곧바로 질문을 던진다. 엉뚱한 질문이어도 상관없다. 누군가 답변을 하면 다른 출연자들이 거기에다 살을 붙여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만약 생각이 다르다면 토론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순신이 충신인지 아닌지’를 놓고 해석을 달리하는 부분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국내 기업의 소통문화를 돌아보게 된다.

국내 기업은 소통에서 구성원 간 존중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내가 어떤 의견을 내도 동료들이 존중해줄 것을 믿느냐’는 질문에 43.3%의 직장인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렇듯 존중받지 못하는 분위기에서 의미 있는 소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답정너’와 ‘투명인간’ 소통도 문제다. 답정너는 발언을 독점하는 직장 상사를, 투명인간은 아무 발언도 하지 않는 구성원을 뜻한다. 직장인의 61.6%가 회의에서 상사가 발언을 독점한다는 데 동의했다. 또 직장인들은 회의시간에 3분의1을 거의 발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쌍방향 소통, 액션과 리액션의 부재는 아이디어를 한곳에 모으고 혁신을 도출하는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알쓸신잡식 수다를 기업의 소통문화 개선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 존중이다. 서로 존중하는 소통문화로 격을 높여보자. 그러면 소통의 질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용기다. 상사는 목소리를 조금 낮추고 직원들은 더욱 높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회의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목소리가 나올 것이다. 알쓸신잡은 예정된 8부작 중 이제 절반이 방송됐다. 다섯 명이 어떤 내용과 형식의 수다를 떨지 기대된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잡학박사들이 전달하는 지식은 알아두면 쓸데없을지라도 이들의 소통 방식은 알아두면 쓸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