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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제조사 35% “흑자내고도 자금난 허덕”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3. 12:08

상장 제조사 35% “흑자내고도 자금난 허덕”
외환위기때 보다 11.3% 높아

 

영업흑자을 내는 기업도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흑자도산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코스피 상장 제조업체(225개) 가운데 올해 상반기 장부상 이익인 ‘영업이익’은 흑자를 기록하고도 실제 현금 이익인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하 ‘영업현금흐름’)은 적자인 기업들의 비중이 35.1%에 이르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이런 수치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의 23.8%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앞서 2007년(16.9%), 2006년(12.3%), 2005년(13.1%)은 10%대를 유지해왔다. 이는 주로 재고 증가와 대금회수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현금흐름은 감가상각비나 무형자산상각비 등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을 더해주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웃도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하강하고 자금이 경색된 상황에선 반대로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외상판매가 늘어 겉으로 보는 영업이익은 늘지만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게 아니므로 영업현금흐름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은 올해 상반기부터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 기준 영업현금흐름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현금흐름비율’은 5.8%로, 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영업이익률’ 8.0%보다 2.2%포인트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영업현금흐름비율이 영업이익률을 밑돈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정민 투자전략부 연구원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장부상 이익은 발생하고 있어도 당장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도산하는 흑자도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은 투자 대상 기업의 수익성 보다 재무건전성을 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