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신뢰·윤리 ‘열매’…생산성 30%씩 상승
평생학습도입 직원 이직률 40%→2%로…지역공헌 활발
“여유 있을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경쟁력 높아져
경제 재도약] 패러다임을 바꾼다 /
유한킴벌리의 사회적 책임경영 북아시아에 실험
#1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겸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사장이 지난해 가을 중국 베이징의 킴벌리클라크 중국법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문 사장은 “요즘 직원 이직률이 얼마냐”고 물었고, 한 직원이 “2~3% 정도”라고 답했다. 문 사장은 순간 “더 노력해야겠네요”라고 했다가, 깜짝 놀라며 “뭐라고 했죠”라고 되물었다. 스티븐 샤오 중국법인 사장은 “직장이동이 심한 중국에서 2%대 이직률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2 지난해 말 중국법인 본사에 술 두병이 배달됐다. 거래업체에서 샤오 사장 등에게 인사차 보낸 것이다. 하지만 이 술은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은 받을 수 없다는 회사의 윤리규정에 따라 정중하게 반환됐다. ‘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에서 선물을 되돌려주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 사장이 킴벌리클라크의 북아시아 총괄사장으로 취임한 것은 2003년이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대만·홍콩·일본·몽골·극동러시아 등 7개국에 있는 킴벌리클라크의 생산·판매거점을 모두 관장하는 자리다. 킴벌리클라크가 문 사장에게 매달린 것은 만성적인 경영난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 사장 취임 이후 상황은 확 바뀌었다. 대만의 경우 취임 다음해부터 바로 흑자로 전환한 뒤 매년 이익을 늘려가고 있다. 중국도 생산성이 매년 25~30%씩 높아지면서 지난해 2분기부터는 월별로 흑자가 나고 있다. 기저귀, 생리대 등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이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2~3위로 뛰어올라, 내년에는 첫 흑자를 기대한다. 40%에 달하던 이직률도 2%대로 낮아졌다.
도대체 지난 3년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문 사장은 “유한킴벌리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경영혁신모델인 ‘뉴패러다임’을 접목시켰다”고 말한다.
사회적 책임경영은 기업 목적을 단순히 이윤창출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 성과와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두는 경영철학이다. 유한킴벌리가 강조하는 윤리경영과 인간중심경영, 투명경영, 환경경영, 사회공헌이 모두 여기에 기반을 둔다. 문 사장은 특히 회사와 직원 간의 신뢰경영을 강조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진정한 충성심이 생기고 회사와 개인의 미래가 함께 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법인의 직원인 헬렌 표는 “직원들의 가장 큰 변화는 일과 회사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이라고 말한다. 이준혁 생산담당 이사도 “종이 땡하고 치면 하던 일도 멈추고 퇴근하는 회사와, 모두 자발적으로 자기 일을 찾아서 하는 회사의 경쟁력이 같겠느냐”고 말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공헌도 활발하다. 판다곰 보호 프로그램과 베이징소년소녀합창단 지원, 숲가꾸기 등이 대표적이다.
뉴패러다임은 근무교대제를 4조3교대로 바꾼 뒤 늘어난 휴식시간 중 일부를 평생학습에 돌려서 종업원들을 지식근로자로 양성→생산성 향상→경쟁력 제고→일자리 증가라는 선순환을 꾀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자리 안정, 회사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노사 상생의 전략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책임경영의 실천이기도 하다. 중국법인의 베이징공장에 근무하는 장즈단은 “월 두차례씩 연간 192시간의 학습을 통해 기술, 문화교육을 실시한다”며 “직원 만족도가 80% 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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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회적 책임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이를 부담스러워한다.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좋겠지만, 매출이나 수익성에도 좋은지에 대해선 자신이 없다.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도 큰 부담이다. 삼성의 한 임원은 “유한킴벌리 모델은 대한민국 기업 중 0.01%만이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지역의 경영 호전은 사회적 책임경영이 진정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실례이다. 킴벌리클라크의 기존 경영진들은 사회공헌이나 평생교육, 환경경영은 기업이 이익을 내고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 사장은 그런 방식으로는 고객들로부터 신뢰을 받기 어렵다고 보고, 유한킴벌리 모델 적용에 반대한 중국법인의 미국계 사장을 해임해 킴벌리클라크 본사를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인사부장인 친치는 “문 사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실적개선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유한킴벌리처럼 실적도 좋고, 존경받는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투명하지 않으면 혁신에 장애 유한킴벌리 모델 전세계로 퍼질 것”
스티븐 샤오 킴벌리클라크 중국 사장
킴벌리클라크 중국법인의 스티븐 샤오 사장은 “사회적 책임경영은 기업의 선전을 위한 게 아니다. 미래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으로 여기고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회사를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회사의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나아졌다는데?
=2004년 이후 매년 32~42%씩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2분기부터는 품목별로 흑자도 난다. 특히 고급 기저귀의 실적이 좋다. 지난해 25%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했는데, 그 이상을 달성했다. 매우 고무적이고, 희망이 보인다. 2015년을 겨냥한 비전과 전략도 짜고 있다. 가장 우수한 경영실적을 내고, 미래발전을 위한 혁신을 주도해서 진정한 리더가 되고자 한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킴벌리클라크의 북아시아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문 사장이 경영실적 개선과 연관이 있는가?
=그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문 사장은 글로벌 경영에 대한 시각과 미래를 내다보는 큰 비전을 제시했다. 문 사장 같은 훌륭하고 강력한 지도자를 가진 것은 행복이다.
-문 사장은 평소 기업 경쟁력의 원천을 사회적 책임경영과 직장 내 평생교육이라는 뉴패러다임에서 찾는데?
=유한킴벌리의 경쟁력은 킴벌리클라크의 전 세계 공장 중에서 최고다. 우리도 기계운전과 경영관리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핵심 인력을 한국으로 보내 벤치마킹을 했다. 건강한 조직은 도전에 훨씬 더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윤리경영은 이제 기업의 핵심가치로 자리잡고 있다. 투명하지 않은 경영은 구성원이나 조직마다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혁신에 장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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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중 경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은 어느 사회에서나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명경영은 가장 선진적인 경영제도이다. 회사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 사회적 책임경영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세계화 추세에서 기업들의 과제는 진출 지역의 정부와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얻느냐이다. 또 정보화의 진전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소비자들은 갈수록 기업들에게 보다 큰 책임을 요구한다. 앞으로 유한킴벌리의 사회적 책임경영과 뉴패러다임 모델이 전세계 킴벌리클라크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출처: 한겨레 신문 베이징/글·사진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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