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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전문기업이 진화하고 있다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6. 23:57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제조부문의 아웃소싱이 양적, 질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제조 전문기업은 R&D 강화, 수직 통합의 가속화 등 역량 강화를 위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제조 부문 아웃소싱의 최근 동향과 더불어 제조 전문 기업의 변화에 대해 살펴본다.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선진 기업들은 과거 핵심 영역으로 여겨지던 제조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기술력 강화 및 차별화 된 마케팅 활동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업그레이드 하는데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한 아웃소싱을 넘어 제조 전반의 가치 사슬을 완벽히 대행하는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와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제조 부문 아웃소싱의 지속적인 성장세  
 
이러한 트렌드에 호응하듯 전자 산업 분야의 제조 부문 아웃소싱은 양적인 측면은 물론 제품 다양성 측면에서 성장세가 상당히 가파르다. 전문 조사기관인 IDC는 주요 전자 제품 시장의 약 50% 정도는 제조 전문 기업에게 아웃소싱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주로 데스크 탑과 노트북, 서버에 집중되었던 아웃소싱 제품군이 휴대폰, 게임기, LCD TV, 모니터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그림 1> 참조). 지속적으로 경박 단소화 되고 있는 노트북의 경우에도 ODM 전문 3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차지해 사실상 Dell, HP 등은 브랜드와 디자인 만을 담당하고, 제조 부문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이들이 담당하는 구조로 재편되었다. 최근에는 PC처럼 부품의 표준화가 상당히 이루어져 단순히 부품을 구입해 조립하면 되는 모듈형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 수명주기가 비교적 짧고, 플랫폼화가 덜 진전된 분야에서도 제조 전문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경우, 소니 에릭슨 및 모토롤라 등의 적극적인 중저가 휴대폰의 아웃소싱 전략과 맞물려 EMS 기업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실제로 FIH(Foxconn International Holdings) 같은 기업은 ‘04~07년까지 4개년 동안 연 평균 무려 64% 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모토롤라의 메가 히트 상품인 레이저의 제조를 거의 전담하다시피 한 결과이다. 최근에는 LCD TV의 아웃소싱 성장세 역시 두드러진다. 미국 시장에서 중소 브랜드들이 전통적인 AV 할인점뿐만 아니라, Costco, Wal-Mart와 같은 대형 할인점과 합세하여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에 의한 제조 부문 아웃소싱 물량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은 선진 기업들의 제조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구조조정, 품질에 기반한 차별화의 어려움, 저가 신흥 시장에 대한 대응 등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제조 전문기업의 진화 방향 
 
하지만 EMS와 ODM으로 대표되는 제조 전문기업들은 최근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매출의 정체 및 수익성 하락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쟁 기업의 등장, 글로벌 기업들의 멀티 벤더 전략 유지, 지속적인 판가(ASP)하락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제조 전문 기업은 대규모 물량 확보를 통한 구매 파워의 확보, 학습 효과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즉, 어느 정도 시장성이 검증된 특정 제품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부품 업체에 대한 구매 파워를 강화하는 것이 기존의 성공 방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대만을 비롯해서 중국, 인도, 터키 등 나름대로 저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참여하고, 때로는 이들이 물량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지속함에 따라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선진 기업의 경우 품질 관리만 확실하다면 이들의 경쟁을 적절히 이용하여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들의 경쟁을 반기는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계 EMS 기업들의 성장 정체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설계 및 엔지니어링 역량의 미흡한데다, 태생적으로 인건비 등의 간접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대량 구매 및 지속적인 생산 혁신 이외에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다양한 변화의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1.EMS 기업의 제품개발 역량 확보 노력 
  
EMS 기업들은 수익성 하락을 만회할 방법으로 평균 판가(ASP)를 높일 수 있는 제품 개발 능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즉, ODM 업계의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ODM은 디자인 등의 제품 개발을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단순히 조립만을 담당하는 EMS에 비해 평균적으로 약 2% 정도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EMS 기업들의 ODM 벤치마킹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하다. Sanmina 같은 기업은 Newisys라는 기업의 인수를 통해 서버 ODM 비즈니스에 진출했으나, 계약에 이르지 못하고 막대한 비용만 낭비하였다. Celestica는 서버를 직접 개발하기 위해 내부 인력을 강화했으나, 역시 제품 출시도 해보지 못하고 프로젝트를 중단할 처지에 놓여있다. Jabil과 Flextronics 등과 같은 일부 기업은 TV와 휴대폰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나, 상당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부진한 수익을 보이고 있는 EMS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 원천을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R&D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R&D 예산이 매출의 0.2% 수준으로 극히 미미하기 때문에 어떻게 투자 비용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투자 비용 확보와 고객 대응의 적시성(time to market)을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만 있다면, 규모의 경제와 특정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기업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 ODM 업체와 상호 영역을 침범하는 치열한 전면전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2.수직 통합의 가속화 
  
또 다른 움직임은 수직 통합(Vertical integration)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부품을 대량 구매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부품 업체의 인수, 혹은 부품 분야의 강점을 가진 기업들이 점차 완제품을 조립하는 EMS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Flextronics는 PCB, LCD 패널, 금속 케이스 분야의 부품 업체를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Jabil 역시 TGP라는 기업을 인수하여 단숨에 휴대폰 플라스틱 케이스 분야의 선두권 업체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EMS 기업들이 수직통합을 가속화 하는 이유는 단순 완제품, 부분 제품 조립에서는 더 이상의 높은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요 부품 비즈니스에 진출한 것이다. 실제로 노무라 증권에서 예측한 EMS 및 ODM과 수직통합을 이룬 기업들과의 영업이익을 단순 계산해 보면, 부품 업체를 수직 통합하고 있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4%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그림 2> 참조).  
 
실제로 이렇게 수직계열화 되면 핵심 칩을 제외한 45~50% 정도의 재료비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역량을 갖춘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당연히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수직계열화의 최고 성공 모델로 꼽히는 Hon Hai는 기존 EMS 강자인 Flextronics의 2배가 넘는 매출을 거두고 있으며, 수익률도 4% 이상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Hon Hai 그룹에 속해 있는 Foxconn tech는 매출의 60%를 닌텐도 게임기의 단순 조립에 의존하고, 나머지 40%는 Thermal module과 휴대폰 및 노트북 용 마그네슘 케이스를 제조한다. 닌텐도 게임기의 매출 총이익은 1%에 불과하지만, 마그네슘 케이스는 44%의 높은 매출 총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즉, 단순 조립에서 파생되는 낮은 수익률의 한계를 고 부가가치 부품을 통해 충분히 만회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그림 3> 참조).  
 
따라서, 최근에는 대부분의 EMS/ODM 기업들이 부품 업체를 수직 계열화 하려는 노력을 치열히 전개하고 있다.  
  
3.최적의 입지를 찾기 위한 글로벌 구조조정 
 
앞서도 언급했지만 최근 EMS 분야에서 기존의 강자이던 미주 기업들의 성과가 상당히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반대로 대만계 기업들의 성과는 눈에 띄게 약진하고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태생의 한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즉, 미주에서 출발한 EMS 기업들은 주로 북미 지역에 공장을 가지고 있었던 반면, 대만계 기업들은 일찍부터 대만과 중국의 낮은 인건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면적 기준으로 볼 때 미주 EMS 기업들은 북미 공장의 비중이 최소 30~50%에 달한다. 물론 초창기 미주 기업들이 시장을 어느 정도 독점하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을 할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점차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해 이러한 핸디캡이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매출 총이익 대비 인건비 등 여러 운영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역시 대만계 EMS에 비해 미주 EMS 기업들이 10~25%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그림 4> 참조). 그 만큼 영업이익에서 대만 EMS에 비해 뒤쳐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서구 EMS 기업들은 이러한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끊임없는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건비를 비롯해서 재료비, 운송비용, 세금 등을 최적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중국, 인도 등 전통적인 제조 아웃소싱 강국을 뛰어넘어 베트남, 우크라이나 등으로 투자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Jabil은 베트남에 PCB 조립 및 테스트 공장의 신설을 계획하고 있으며, Flextronics는 우크라이나의 기존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선진 기업과 제휴를 통해 일정 물량을 미리 확보하면서, EMS 기업들이 공장을 신설하는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소니 에릭슨은 Flextronics, Foxconn 등과 함께 인도의 첸나이에서 2009년부터 생산을 목표로 공장 시설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조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만큼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01~’06년까지 미국의 5대 EMS 기업은 생산 사이트 구조조정에만 5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결국 한 번 악순환에 빠져든 기업들이 좀처럼 빠져 나오기 힘들 수가 있으며, 자연스럽게 EMS 업계 전체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고객과의 밀착(Tied-up) 강화 
  
제조 전문기업들의 경쟁 룰을 아주 단순하게 보면, 결국 누가 선진기업의 물량을 더 확보하느냐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기업들은 구매파워의 유지, 철저한 품질 경쟁력 유지, 저원가 확보 등을 위해 단독 벤더 보다는 멀티 벤더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EMS 등 제조 전문 기업들은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한다. 이러한 노력은 크게 고객과의 제품개발 강화 및 물류 등 서비스 제공의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제품 개발 단계에서 제조 전문기업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적극 활용해 선진 기업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Hon Hai는 애플의 iPod와 MiniMac, 소니의 바이오 노트북, 모토롤라의 레이저 등을 기획할 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밀 가공 기술과 케이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 기업들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를 통해 사실상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되었다.  
 
또 다른 방법은 고객을 위해 물류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를 강화화여 사실상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Quanta는 단순 물류 서비스뿐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부품과 사양에 따른 맞춤 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객이 직접 물류를 수행하지 않고도 고객이 원하는 지역 또는 소매 유통망에게 5일 이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선진 기업은 물류 비용과 관세, 재고 비용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 제조 전문기업의 적절한 활용 필요 
 
PC 처럼 단순 모듈형 제품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제조 부문의 아웃소싱이 어느덧 통신기기, 생활 가전 등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전체 가치사슬을 모두 끌고 가는 것보다는 핵심 기능에만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진기업들은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제조 전문기업들은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제조 전문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선진 기업과 제조 전문기업이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기업들은 국내의 제조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저임금 국가로의 해외 이전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신흥시장의 폭발적인 증가, 제품 수명 주기의 단축, 표준화의 급속한 진행 등으로 인해 제조 부문의 매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 전문 기업의 적절한 활용을 모색해 보아야 할 때이다. 우선 저 부가가치 제품부터 혹은 제조 전문 기업의 구매 역량과 부품 사업을 적절히 활용하는 낮은 단계의 전략적 제휴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제조 부문을 이들에게 맡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기업 특유의 스피드와 기존의 제조 부문에서 쌓아온 역량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과 제조를 함께 함으로써 얻어지는 혁신의 성공체험과 시장 대응 스피드의 향상이라는 장점은 우리만의 무기로, 앞으로도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일부 제조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가치 사슬상의 약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제조 전문기업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를 짜 내야 할 것이다.

출처:lg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