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김향란 기자] '침묵의 살인자' 석면을 아시나요?
사람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기에 석면피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석면'이란 것에 대해 딸아이의 어린이집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는 성동구립 홍익어린이집의 혜연 엄마입니다. 홍익어린이집은 왕십리 뉴타운 철거 현장 한복판에 있었고, 서울시가 안심보육을 인증한 서울형 어린이집이었으며, 또한 구립 어린이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십리 뉴타운 1구역과 2구역의 철거가 올해 3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이주해서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에서, '홍익어린이집' 아이들 130여 명만 그곳에서 생활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매일 같이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7개월간 등·하원을 했던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석면에 '노출'되었습니다
왕십리 뉴타운 지역의 약 25%는 석면 건물입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소량으로도 암 발병이 가능하며, 20~30년의 잠복기를 거칩니다. 결국, 어린이집 실내 먼지에서도, 주요 통학로인 거리의 대기에서도 석면이 검출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석면에 '노출된' 것입니다.
이에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이 학부모 대책위를 만들어서 빠른 이전과 석면건강영향조사 등을 서울시와 성동구에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은 이루어졌으나 '석면건강영향평가'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에 일언반구 답변이 없는 상황입니다.
또한 서울시 뉴타운 담당자는 지금까지 석면어린이집의 석면 노출 문제에 대해 '안전을 장담한다'는 발언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10월 5일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김영걸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왕십리뉴타운 석면 노출과 같은 문제가 서울에서 다시는 발생돼서는 안 된다"며 "석면문제는 시민고객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해 시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의 석면 관리 종합 대책은 '우리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석면어린이집 석면 '노출'을 인정한다는 뜻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서울시에 요구합니다. 어서 빨리 홍익어린이집 아이들에 대한 석면건강영향조사 요구를 수용해 주십시오.
서울시는 10월 5일 5대 석면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수박 겉?기식'의 대책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석면 노출로 실질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석면 건강 영향 조사와 건강상태에 대한 데이터화가 더 우선이라 생각하는데, 서울시의 소위 종합 대책이라는 것을 보면 그런 내용은 완전히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발생할 것에 대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들의 20~30년 후에 석면에 의한 발암가능성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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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23일 서울시의회에서 이수정 시의원은 '시정 질문'을 통해서 석면에 관련하여 대책을 촉구하는 질문을 오세훈 시장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의회 속기록을 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답변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충분한 공지와 대기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행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오세훈 시장님이 4월 시정 질문에서 답변한 것을 실제로 책임 있게 집행을 하셨더라면 왕십리 뉴타운의 홍익어린이집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한마디로 '늑장 대응'만 하지 않았더라면, 130여 명의 우리 아이들에 대한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님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20~30년 후에 단지 '서울형 어린이집'을 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암이 발생한다면, 그때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어찌 책임지실 것인지요? 서울시가 안심보육을 인증한 서울형 어린이집에서 석면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그리고 뉴타운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서울시가 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의 요구는 소박합니다.
첫째, '석면건강영향평가'를 서울시가 책임지고 실시해 주십시오.
둘째, 석면 '노출'을 인정한 만큼, 잠복기를 거쳐 20~30년 이후의 발암가능성에 대한 '단체 암보험의 보장'을 비롯한 실질적 대책을 서울시가 책임져주십시오.
셋째, 주민감시단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학부모대책위가 주민 감시단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실질적인 약간의 실비를 책임져주십시오. 그렇지 않고 동네 통반장들을 통해서 '시늉'만 할 것이라면 주민감시단은 안 하느니만 못할 것입니다. 또한 홍익어린이집이 새로 이전한 곳은 아직 철거를 시작하지 않은 왕십리 뉴타운 3구역에서 불과 500미터 미만 거리에 있습니다. 제대로 된 주민감시단이 꾸려지지 않으면 또다시 우리 아이들이 석면 비산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서울시와 성동구청은 부디, 홍익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눈물겨운 외침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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