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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구글 CEO의 커피 한 잔의 여유, 그 뒤

성공을 도와주기 2010. 10. 18. 15:37

애플·구글 CEO의 커피 한 잔의 여유, 그 뒤
애플 2010/08/26 08:32   http://blog.hani.co.kr/june/28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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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진 한 장이 있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와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지난 3월 어느 날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야외 카페에서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미국 IT 전문 블로그 사이트인 기즈모도(Gizmodo)가 공개했다. 카페는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의 한 쇼핑센터에 있는 ‘캘러피아’. 구글의 전 요리사가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IT 매체 씨넷은 그날 만남이 비서들의 깜짝 아이디어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비서들이 그들의 보스에게 각각 잡스와 슈미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온다고 속여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

 

잡스는 늘 그렇듯 검정 터틀넥 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슈미트도 파란색 스웨터와 면바지를 입은 편안한 모습이었다. 잡스가 주로 대화를 주도하고 슈미트는 말없이 거의 듣기만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카페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자 “조용한 곳으로 옮겨 논의해 보자”며 자리를 떴다.

기즈모도는 “사진을 보면 이들의 대화에 다소 긴장감이 느껴진다”는 보디랭귀지 분석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서로 다리를 꼰 채 거리를 두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 불편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54살 동갑내기인 잡스와 슈미트는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인을 상대하기 뭉친 절친한 사이였다.  둘은 한때 영적 동지라고 불리기도 하고 전략적 파트너로 불리기도 했다. 2006년 잡스가 슈미트에게 전화를 걸어 사외이사 자리를 제안하면서 "당신은 구글의 최고경영자로서 대단한 일을 했다"고 치켜세우자 슈미트는 "애플은 내가 세계에서 제일 존경하는 회사"라고 맞장구를 친 적도 있었다.

당시 잡스는 슈미트의 통찰력과 경험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슈미트는 아이폰 개발 당시 G메일과 구글맵 초기 버전을 디자인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른바 두 사람은 ‘절친’이었다.

 

하지만 몇 년 새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는다. 비즈니스 세계에선 ‘영원한 동지는 없다’는 말이 딱 떨어질 만큼 그들은 갈라선다.

두 사람의 갈등은 스마트폰에서 비롯됐다.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뿌리면서 충돌은 불가피해졌다. 두 CEO의 갈등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애플은 지난 2007년 6월 아이폰과 앱스토어 계획을 발표하며 휴대폰 회사로 변신한다. 그러자 구글도 곧바로 안드로이드 마켓을 선보였고, 모바일OS인 ‘안드로이드’를 공개하며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드로이드 동맹군은 삼성전자, LG전자를 위시한 휴대폰 제조사와 NTT도코모, 보다폰 등 이동통신사 등 50여개 업체로 꾸러졌다. 당시 스티브 잡스는 “불행하게도 구글이 애플의 핵심 비즈니스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애플과 구글의 타도 대상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MS의 모바일OS인 ‘윈도모바일’은 여전히 시장의 강자였다.

 

2009년부터 서서히 이들의 갈등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그해 7월 애플은 앱스토어에 구글보이스가 올라오는 것을 막았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무료로 음성통화와 메일, 문자전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애플은 이미 유사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 차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슷한 프로그램이 수없이 존재하는 앱스토어 특성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이었다. 게다가 애플은 다른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스카이프는 앱스토어에서 팔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언론은 아이폰 독점 공급 이동통신사인 AT&T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이 구글보이스를 이용하게 되면 AT&T의 음성통화 수익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애플이 구글보이스를 거부한 배경에 AT&T의 독점 계약 관행이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잡스가 슈미트를 내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애플 이사직을 역임 중인 에릭 슈미트는 이 사건으로 애플 내에서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두 달 뒤 슈미트는 애플의 사외이사직을 전격 사퇴해 버린다. 그는 애플을 떠나며 구글 보이스와는 상관없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이 사건 때문이라고 여겼다.

 

두 사람의 갈등은 벤처기업 인수로 폭발한다. 그해 11월 구글은 모바일 광고회사인 애드몹을 7억5000만 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했다. 애플 역시 이 회사를 인수하려고 접촉 중이었다. 애드몹은 아이폰 앱스토어 분석 자료를 자주 내놔 주요 언론사가 자주 인용하곤 했다. 그래서 애플이 눈독을 들여왔다. 곧바로 애플은 구글이 인수를 추진하던 온라인 음악 사이트 라라 미디어를 8500만 달러에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맞장을 떴다.

 

구글도 가만있지 않았다. 구글은 2010년 1월 자체 디자인 한 안드로이드폰 넥서스원을 내놓고 아이폰이 독점하던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구글은 모바일OS 인 안드로이드만을 무료로 공급했지만 직접 휴대폰을 출시하지는 않았다. 구글은 넥서스원이라는 휴대폰을 직접 출시하면서 애플의 신경을 살살 끌어 놓은 것이다. 게다가 구글은 넥서스원을 출시하며 “아이폰에 없는 것이 넥서스원에 있다”고 집중 홍보했다.

당시 잡스는 "우리는 검색 시장에 진입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휴대전화 시장에 들어왔다"며 "구글이 아이폰을 죽이려 하고 있지만 그렇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잡스가 옛 친구인 슈미트에게 자신의 주머니를 털렸다며 발끈했다“고 전했다.

이어 구글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신규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한다고 발표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은 물론 영화까지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수년전부터 비디오 대여 서비스를 해온 애플 아이튠즈를 겨냥한 것이다.

 

애플의 맞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구글은 넥서스원이 발표되는 날 구글이 인수한 애드몹의 경쟁사인 콰트로와이어리스를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구글이 평정하고 있는 온라인 광고시장을 모바일로 가져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전면전이 벌어진 셈이다.

 

애플은 콰트로와이어리스를 인수하자마자 곧바로 아이폰 검색 서비스를 구글에서 MS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아이폰은 출시 당시부터 구글 검색 서비스를 이용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한때 애플의 맥0S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윈도에 밀려 회사가 존폐 기로에 놓였고, 그 와중에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을 떠나야만 했다.

 

애플의 공세는 이어졌다. 애플은 2010년 3월 넥서스원 제조업체인 HTC가 아이폰의 사용자환경과 하드웨어 분야에서 20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델라웨어 주 연방 지방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당시 잡스는 "경쟁사들이 애플의 특허기술을 훔쳐가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며 불쾌해 했다.

애플은 고소에서 구글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소송은 애플의 소송이 제조사인 HTC를 타깃으로 한 게 아니라 브랜드 소유자인 구글을 상대로 것으로 읽혀졌다. 애플과 구글의 대리전이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그리고 며칠 뒤 '절친'에서 '적'으로 서먹서먹해진 두 CEO는 한없이 평화롭고 한적해 보이는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표착됐다. 두 CEO의 커피타임이 화해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예상도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시 복원됐을까? 천만에다.

 

잡스는 지난 4월 ‘아이폰 OS4.0’ 발표회에서 “안드로이드를 위한 포르노 숍이 있고 그곳에선 여러분의 자녀들도 포르노를 볼 수 있다”면서 “우리는 그런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은근히 구글을 꼬집었다.

그 뒤에도 잡스는 "야동은 안드로이드로 봐라" 며 구글을 맹비난했다. 한 애플 고객이 스티브 잡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애플이 일부 정치 풍자 내용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포르노로 판단해 차단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잡스는 그 고객에게 보낸 답장에서 “정치 풍자 애플리케이션은 곧 접근이 가능할 것”이며 자신들의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애플은 포르노를 차단해야 할 도덕적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포르노를 원하는 사람은 안드로이드폰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애플과 구글의 전쟁은 국내 기업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력한 하드웨어와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무기로 한 MS, 노키아, 소니가 힘을 잃고, 고객의 욕구를 따라잡고 그에 맞는 콘텐츠와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는 점에서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그들만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처럼 지켜볼 때가 아닌 것 같다.

 

또 하나는 CEO들이 야외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참 신선했다. 격식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사고방식이 참 좋게 보였다. 고정 관념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바로 두 CEO의 창의력과 추진력의 원천이다. 이 역시 틀에 박힌 이미지만 보여주는 우리나라 CEO들이 참조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