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4의 결함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자사제품에 두터운 애정과 자신감을 내보이는 CEO의 당당함이 신뢰감을 갖게 했다. 솔직함과 자신감을 무기로 한 그의 대응 태도에서 위기에 대처하는 리더십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이들은 “잡스가 삼성, 노키아, 블랙베리도 스마트폰에서 공통적으로 수신율 저하가 있다고 주장했다”며 “평소 ‘적과 영웅’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로 애플 제품을 소개했던 그가 ‘적’을 끌어들이는 물타기를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를 두고 ‘신이 사람으로 돌아왔다’는 표현을 써가며 잡스를 꼬집었다.
사실 스티브 잡스는 ‘나쁜 남자’다. 이기적이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져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강한 매력을 지녔지만 괴팍하고 욕망에 불타는 그 나쁜 남자 말이다.
독선적인 카리스마, 독재자, 괴짜, 변태적 통제광, I절대권력, 고집불통, 독불장군……. 잡스에게 따라붙는 꼬리표다. 잡스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 자신의 드라마틱한 삶을 헤쳐 가면서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어떨 때 잡스는 직관과 통찰력으로 시대를 앞서가는 혁명가로 보인다. 다른 때는 통제광에 독재자의 모습으로도 비친다. 위대한 경영자라면 당연히 이럴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게 하는 상식을 모조리 깨부순다. 잡스는 말 그대로 괴짜 CEO다.
잡스는 자신이 관심을 쏟고 있는 개발자의 e메일 주소를 전부 암기할 만큼 섬세하다. 정식 결제라인을 거치기보다 개발자들과 직접 소통한다. 잡스는 자신이 행동의 모범을 부하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가치관과 태도를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변화시키려 한다. 잡스는 완전무결한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자 하는 완벽주의자다. 자신의 목표는 반드시 이루려는 의지와 지치지 않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 잡스에게 헌정된 표현들이다.
반면 잡스는 직설적이고, 독선적이고 배려가 부족하다.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창조성에 대한 그의 집념은 독단과 아집을 불러와 수시로 동료들과 갈등을 빚었다. 이해 할 수 없는 자기중심적 행동과 폭언으로 상처를 입고 회사를 뜬 사람도 여럿 된다. 세계와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라는 유아독존식 생각으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눈곱만치도 없다. 자신에게 이익이된다면 협상마저 깨뜨리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한다. 잡스는 직원들을 통제하려 하며, 사소한 것 하나까지 관심을 가지며 직원들을 들들 볶아댄다. 그는 변덕스러운 강박증 환자다. 스스로 정한 빡빡한 생산 일정에 맞추도록 직원들을 윽박지르는 불같은 독재자다.
그럼에도 잡스에겐 사람이 몰린다. 뛰어난 인재들이 그에게 모여드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멋진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충성을 바치는 신도들 또한 적지 않다. 애플 마니아는 전 세계에 존재한다. 그 힘은 그가 끊임없이 내놓는 확신에 찬 비전과 혁명가적 기질이다. 창의적 발상의 에너지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잡스는 지상에서 가장 강한 자력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잡스의 비전은 대단히 강렬하다. 그가 무엇을 믿으면 그 비전의 힘은 어떤 장애물도 단숨에 날려버릴 정도다. 잡스에겐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물리학용어 같아 보이는 이 말은 불가능한 일조차 끈질긴 설득과 협박으로 가능한 일처럼 보이게 하는 잡스의 능력을 일컫는다. 누구든 현실을 왜곡하게 생각하게끔 하는 강력한 일종의 카리스마 장이다.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그가 말하면 말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저항할 수 없는 잡스식 흡입력이 이른바 현실왜곡장이다.
현실 왜곡장을 거꾸로 말하면,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현실 왜곡장에 빠지는 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잡스의 생각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열정이 만들어낸 잡스의 흡인력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방식과 전달하는 열정이 모든 사람을 사로잡는다.
잡스는 야전 사령관처럼 보인다. 뒷짐 지고 앞으로 나서지 않으려는 대부분의 CEO와 달리 상황을 돌파해 나가기 때문이다. 아이폰4의 수신 불량을 해명하는 자리에 선 건, 잡스였다. 물론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도 그가 받지만, 욕도 그가 먹는다.
강함과 부드러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함이 바로 잡스의 강점이다. 기업은 창업자의 DNA를 계승한다. 애플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창업자인 잡스의 유전자가 반영된 기업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애플의 주식에 잡스 프리미엄이 있는 것처럼.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잡스와 함께 일한 사람들은 잡스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잡스는 초콜릿과 같다. 내 몸에 나쁘다는 건 안다. 하지만 정말 그가 좋다. 그래서 집에는 두려하지 않는다. 나는 잡스 주위에 있는 것이 좋다. 그가 세계의 중심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잡스의 에너지는 반지름 1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열광시키지만, 반지름 5미터 이내에 있는 사람들은 공포에 떨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