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운영하던 작은 길모퉁이 서점을 물려받은 케슬린 켈리(맥 라이언)와 근처 큰 대형 체인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죠 폭스(톰 행크스)는 둘 다 뉴욕의 거리와 정취를 사랑하는 뉴요커다. 그들은 길 가다가 우연히 마주칠 정도로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산다. 두 사람은 자바스 슈퍼에서 장을 보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기도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모른채 살아간다.
케슬린은 자신의 생일에 우연히 채팅방에 들어가 죠를 만난다. 둘은 문학과, 자신들이 사랑하는 뉴욕에 대해 얘기하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메일이 도착했습니다”는 메시지를 간절하게 원하는 둘. 서로를 이어준 건, 인터넷 메일이었다. 죠의 아이디는 'NY152', 케슬린은 'Shop-girl'. 둘은 매일 노트북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사이버 세상과 달리, 실제로는 케슬린과 죠는 사업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느낄 때 쯤, 죠는 새 체인점을 케슬린이 운영하는 서점 가까운 곳에 연다. 서점 안에서 에스프레소 카페 코너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죠의 대형 서점에 케슬린의 작은 서점은 경쟁해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언제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를 상황으로 몰리게 된 케슬린은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NY152에게 털어놓는다. 상상도 못했던 Shopgirl의 정체를 알게 된 죠는 당황한다. 그리고.…….
아직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기 전인 1998년,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주연한 <유브 갓 메일(You've Got Mail)>이다. 제임스 스튜어트와 마가렛 설리번이 주연한 고전 영화 <모퉁이 서점>'(1940)을 리메이크했다. 영화에선 그때 그 시절의 로그인 화면과 특유의 ‘삐이이이익~’ 모뎀 접속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에서 아름다운 책방운영자로 나오는 맥 라이언이 쓰는 노트북은 애플의 맥북이다. 반면 냉혹한 기업가로 나오는 톰 행크스가 쓰는 노트북은 IBM(현재 레노버)의 싱크패드다.
잡스가 악당을 만들어내듯, 할리우드에서도 애플은 선한 것,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악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할리우드는 애플의 악당 전략의 지지자인 셈이다.
키퍼 서덜랜드가 출연한 <24>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까지 도무지 누가 우리 편이고 적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컴퓨터에서 그 단서를 보여준다. 조직 내에서 주인공의 우군으로 드러난 사람은 한결같이 애플 매킨토시를 사용한다. 반대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의 세력은 모두 IBM PC를 사용한다. 우리나라 영화 <작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착한 사람 박용하와 김민정은 한결같이 매킨토시를 쓰고, 반대로 박희순이 두목으로 나온 나쁜 사람들은 모두 IBM PC를 쓰고 있다.
또 다른 shopgirl인 <섹스앤시티>의 주인공 캐리는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스타벅스에 앉아 노트북에 뭔가를 골똘히 쓰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곤 했다. 뉴욕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그녀의 아파트에서 캐리는 바람이 커튼을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펴고 남자와, 섹스에 대한 글을 쓰곤 했다. 모두 애플의 노트북이었다.
캐리는 전문적인 재택근무 저널리스트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애플 매킨토시에 어울린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애플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컴퓨터가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영화나 미드에서 애플 컴퓨터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IBM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나쁘게 보이도록 애플과 할리우드가 짜고 하는 일일까?
일단, 애플은 영화나 미드에 등장하는 컴퓨터를 아낌없이 협찬하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애플로선 영화로 간접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면 왜 애플은 착한 사람이 쓰는 컴퓨터로만 나올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매킨토시의 디자인이 빼어나기 때문이다. 회색빛깔이 대부분이 IBM PC와 달리, 애플 컴퓨터는 파랑, 빨간, 오렌지색에서부터 투명색까지 눈에 띄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영화제작자라면 기존 컴퓨터와 좀 더 달라 보이는 것, 좀 더 인상적인 것을 선택할 것이다. 톰 행크스가 IBM 싱크패드를, 맥 라이언이 애플 맥을 쓰는 이유를 디자인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각진 싱크패드는 냉혈한 인상의 톰 행크스에 맞았고, 곡선형의 파워북은 깜찍한 인상의 맥 라이언에게 더 잘 어울렸다.
‘있어 보이는 것’도 한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는 윈도 화면과 달리 맥의 아이콘과 그래픽은 영화 속에서 세련된 느낌을 준다. 영화 속의 주인공이 우리가 흔히 쓰는 IBM PC나 윈도를 쓴다면, 영화의 재미는 반감 될 것이다. 보통 사람과 다른 차별화된 제품을 보여주는 게, 좀 더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영화인들 사이에 맥 사용자가 유난히 많기 때문이다. 맥은 그래픽이나 전문가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맥은 특히 그래픽과 동영상 작업 때에 많이 쓰인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애플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살짝 나온다. 포레스터 검프의 IQ는 75. 친구들은 그를 낙오자(loser)라며 놀렸고, 검프의 담당 의사 역시 그의 어머니에게 “댁의 아이는 다릅니다(your son is different)”라며 포기했다. 하지만 검프는 미식축구 대표로 발탁되고, 그 덕에 대학졸업장까지 딴다. 미군에 입대해 훈장까지 받는다. 죽은 전우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잡이 사업을 성공시킨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새우잡이 사업을 같이한 동업자가 애플 주식에 투자를 해서 검프의 몫으로 거금이 들어오게 될 것이라는 편지를 보낸다. 영화에선 애플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단지 너무나 익숙한, 한입 베어 먹은 사과모양의 로고만 등장한다. 하지만 포레스트는 애플이 컴퓨터 회사인줄 몰랐다. 검프는 “(동업자가) 무슨 과일 회사 같은 데에 투자하셨는데, 저더러 이제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죠”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