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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의 외주화’ 첫번째 희생자, 비정규직

성공을 도와주기 2014. 5. 26. 11:04

[공공성 무너진 나라] ⑤ 비정규직에 맡겨진 안전
사업장 40% “위험작업에 하도급 써”
현대중 올 산재사망 6명 하청직원

비정규직 고용의 남발은 사회 전반의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도 작용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가 현재 누구보다 안전사각지대에 내몰리고 있는 희생자이기도 하다.

최근 잇따르는 산업현장의 산재 사망사고의 희생자는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단기계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3월 전남 여수의 대림산업 폭발사고는 안전조처를 무시하다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당시 사고로 숨진 6명과 다친 11명 대부분이 한달짜리 초단기 계약직 노동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초단기 노동자에게 사업주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제공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두달 뒤 충남 당진의 현대제철에서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진 5명의 노동자들도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현대제철의 뒤를 이어 올해 들어서는 경남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일하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났다. 지난 3월25일에는 발판이 무너져 3명의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바다에 빠졌고, 한명은 끝내 숨졌다. 지난달만 해도 7·21·26·28일에 걸쳐 5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추락이나 폭발 사고 등을 통해 사망했다.

정규직 노동자는 안전한 관리업무를 하고, 안전과 관련해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험한 일에 내몰리는 ‘위험의 외주화’는 이미 상당부분 고착화됐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일자리만 불안정한 게 아니라, 목숨마저 불안한 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07년 51개 사업장의 원청 관리자들에게 하도급을 주는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40.1%가 “유해위험 작업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만 따로 떼어내 도급을 주지 못하게 하면서도, 해당 작업의 범위를 수십년 전에 많이 하던 도금작업이나 중금속 관련 작업 등에 한정해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최명선 노동안전국장은 “최근 사망한 이들의 상당수는 다단계 하도급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 업종의 다단계 하도급을 금지하는 한편 중대과실로 노동자가 숨질 경우 기업주를 처벌하는‘기업살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과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나라들은 산업안전보건 관련법과는 별도로 특별법을 제정해, 사업장의 중대과실로 노동자의 목숨이나 지역 주민 등에게 치명적인 손해를 안길 경우,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 1위인 나라다. 지난해에만 노동자 1929명이 작업장 관련 사고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전종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