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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소방 비정규직 “불나도 문고리 하나 맘대로 못부숴”

성공을 도와주기 2014. 5. 26. 11:15
                         

등록 : 2014.05.25 20:11수정 : 2014.05.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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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무너진 나라] ⑤ 비정규직에 맡겨진 안전

한해 4천여만명 이용 인천공항
‘안전 최일선’ 소방대는 비정규직
현장 지휘권 없고 배상책임까지

노후장비 교체에도 시간 오래걸려”
‘안전 외주화 불가능’ 입법화 필요

“직업윤리를 생각하면 세월호 선장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죠. 하지만 배가 침몰하는데도 비정규직이었던 선장이 탈출 지시보다 먼저 회사에 전화했던 상황이 이해가 됩니다. 외주업체 직원인 저희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거든요.”

지난 21일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난 박수민(가명) 소방대원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여객터미널 2층에 있는 ‘인천공항 소방대’ 문패에는 ‘신고전화 국번 없이 119’라고 적혀 있지만 박씨는 소방서 공무원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직원도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기본 3년, 2년 추가연장이 가능한 도급계약을 맺은 주식회사 ‘한방’ 소속 직원이다. 이들은 ‘한방’에 정규직으로 고용돼 있지만 회사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계약을 맺지 않으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비정규직이라고 생각한다.

인천공항공사가 지난해 10월 만든 ‘인천국제공항 소방대 운영용역 과업내용서’를 보면 이들은 항공기 사고와 화재를 포함한 각종 사고에 대한 진압·구조·소방·구급·사전예방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여의도 7배 크기인 인천공항(5616만8000㎡)에서 벌어지는 모든 안전 문제에 대한 대처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닌 외주업체에 소속된 이들 208명의 몫이다.

세월호의 선장은 비정규직이었다. 선장은 위급상황 시 배와 승객들의 운명에 대한 최종 권한과 책임을 가져야 하는 존재지만, 세월호 선장은 그러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인천공항 소방대원들은 ‘인천공항판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다. 이재원(가명) 소방대원은 “세월호 참사 터지고 ‘인천공항에서 저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까’라고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소방 비정규직 “불나도 문고리 하나 맘대로 못부숴”

이들은 지난해 4148만여명이 이용한 인천공항 안전의 최전선에 있는 존재이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극히 제한적이다. 전체 소방대의 ‘선장’ 격인 소방대장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간접고용된 노동자다. 공항 안에서 비행기 사고, 건물 화재 등의 사건이 발생하면 최종 지휘권은 인천 중부소방서장에게 있다. 간접고용된 소방대장은 인천 중부소방서장이 도착하기 전까지만 임시로 현장을 지휘한다. 이태호(가명) 소방대원은 “인천공항 소방대가 공항과 비행기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사고가 나면 가장 먼저 뛰어가지만 현장 지휘권이 없다”고 말했다.

박수민씨는 “오래된 구급장비를 바꿔달라고 하거나 최신 구급장비를 사고 싶어도 우리 회사(한방)에 얘기하면, 회사가 다시 인천공항공사에 얘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현장 사정을 모르니 모든 기준이 비용이다. 내가 정규직이었다면 내 의견을 무시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과업내용서를 보면 ‘계약자(협력업체)는 자재 구매 시 구매방법 등을 사전에 공사에 제출하여 반드시 협의 후 구매하여야 하며, 당해 물품 입고 시 반드시 공사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10년 넘게 근무한 김지원(가명) 소방대원은 “문고리 하나도 내 마음대로 부수고 들어갈 수 없는데 공항 건물 안에서 만약 화재가 난다면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모든 일에 나중에 돌아올 책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는 업무와 관련해 공사 또는 제3자에게 인적·물적 피해를 입혔을 경우 그 배상 책임을 모두 부담하게 돼 있다.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청구나 행정상 벌금이 공사에 부과될 경우에도 협력업체가 일체의 책임을 지면서 공사를 ‘면책’시켜야 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매뉴얼이 항상 현장 상황과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항공사 출국 수속대에서 여행객들이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인천공항/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도 이들의 업무안정성을 해치고 결과적으로 인천공항의 안전을 갉아먹는다.

인천공항공사는 소방업무 협력업체와 3년 단위로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2000년 7월 인천공항 소방대 창설 이후 지금까지는 한 업체와 계속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만약 업체가 바뀌면 고용이 승계될지는 불투명하다. 월급도 정규직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변재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3년 공개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현황을 보면, 정규직 직원 연봉이 8584만원일 때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그 38.2%인 3276만원에 그쳤다. 같은 해 소방대원의 평균 월급은 255만5193원이었다. 근속수당은 없다. 그러나 소방대를 운영하는 협력업체는 1년 계약금액 90억2500여만원 중 인건비로 54억2300여만원, 관리·운영비로 28억8900만원을 쓰고 7억1300만원의 이윤을 남기고 있다. 관리·운영비는 직접 고용할 경우에는 필요 없는 돈이다.

미래가 없는 직장을 사람들은 자꾸 떠난다. 1년 평균 이직률이 20% 정도다. 김지원씨는 “내 일에 자부심은 있지만, 급여, 고용 안정, 미래성을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사람들이 일을 배울 만하면 자꾸 떠나니 적정한 업무 숙련도가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재원씨는 “만약 세월호 같은 사고가 나면,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은 누구보다도 크니까 업무를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내가 죽거나 다치면 누가 책임져주나’ 하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호씨는 “소방서 공무원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데도 그들은 죽으면 순직이고 우리는 죽으면 사망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화재구난 책임 외주업체 몫
소방대원들 3년 단위로 도급계약
고용불안·낮은급여로 이직률 20%
“세월호 선장 한편으론 이해도 돼”

“원청은 현장 모르니 비용이 기준
노후장비 교체에도 시간 오래걸려”
‘안전 외주화 불가능’ 입법화 필요

인천공항의 간접고용 노동자는 소방대원만이 아니다. 2013년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6927명 중 정규직은 937명에 그치고 나머지 5990명(86.5%)은 간접고용 노동자다. 10명 중 9명이 광의의 비정규직인 셈이다. 기자가 지난 21일 인천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역에 도착한 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여객터미널 3층까지 올라가면서 만난 에스컬레이터를 닦는 청소 직원, 화분에 꽃을 심는 직원, ‘시큐리티’가 쓰여진 조끼를 입은 경비요원, 안내 직원, 국제선 탑승 구역 앞에서 여권을 확인하는 직원 모두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공항을 이용하면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을 만날 확률은 ‘0’에 가깝다.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닌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고, 하청업체가 업무와 고용관계의 책임을 지게 하는 ‘간접고용’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급속도로 퍼졌다.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할 때보다 ‘비용’이 적어 효율적이란 이유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출범한 인천공항공사도 이런 흐름 속에 대부분의 업무를 외주화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조6046억여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4500여억원을 비롯해 2004년부터 10년 연속 흑자를 냈다. 그럼에도 간접고용 비중은 줄이지 않았다. 인천공항공사의 의지도 문제지만 공사의 인건비를 통제해 사실상 정규직 인원을 관리하는 정부 정책도 문제다. 항공운수업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업무가 정지될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신체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업무로 규정돼 파업 등의 쟁의행위가 제한되는 필수유지업무 중 하나다. 안전을 이유로 노동권은 제한하지만, 비용을 이유로 정규직을 쓰지는 않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어차피 사고 안 난다’는 안전불감증 때문에 안전의 영역마저 비용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안전 관련 영역은 외주화가 불가능하도록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쪽은 “소방대는 소방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했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고, 공항에서 지금까지 큰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소방대 등 정규직화 여부는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지 공사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인천/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간호 비정규직 39%…의료 전문성 약화

[공공성 무너진 나라] ⑤ 비정규직에 맡겨진 안전
숙련될만하면 계약끝나 병원옮겨
학교도 비정규직…학생 안전 우려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병원과,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도 비정규직이 만연해 있다.

2009년 병원경영연구원이 낸 ‘병원의 비정규직 사용실태와 개선방안’을 보면 2007년 기준 1600여개 대한병원협회 회원 병원 직원 26만93명 중 16.4%인 4만2663명이 비정규직이다. 병원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해 청소·경비직을 시작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뒤 간호사·간호조무사·간호보조업무 등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같은 자료에서 간호직 비정규직은 1만6806명으로, 전체 병원 비정규직의 39%를 차지했다. 청소 노동자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파견이 금지돼 있다. 외주화는 할 수 없지만 2년 미만으로 근로계약을 맺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가능하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년 이상 고용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병원이 2년 미만으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전문성과 숙련도가 높아질 무렵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견 금지 대상이 아닌 ‘간호 보조 업무’ 쪽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간호사 등의 지휘 아래 환자를 돕거나 의료 장비를 소독하는 업무 등을 맡은 간호보조는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지만, 간호사·간호조무사와의 업무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이상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정책위원은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팀워크로 일하기 때문에 활발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다른 회사 직원’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의료진 안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 안에도 기간제 교사, 돌봄 교사, 특수교육 보조교사, 조리사 등 비정규직이 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의 자료를 종합하면 기간제 교사는 2008년 2만376명에서 2013년 4만4970명으로, 학교 비정규직(학교회계직)은 같은 기간 8만8689명에서 14만989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 중 학교회계직은 절반 이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으나, 고용안정만 보장됐지 처우 개선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담임이나 교과수업을 맡는 기간제 교사뿐 아니라 학교 회계직도 과학보조, 돌봄 교사, 방과후 학교 교사, 특수교육 보조 교사, 조리사 등 학생들 곁에서 밀착해 생활하고 있다. 배동산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장은 “교사 업무 이외의 학교 운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학교 비정규직이 맡고 있다. 이들의 노동의 질이 학생 안전과 연결되지만 임금이나 노동조건이 매우 열악하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건설·철도 노동자 2명 산재사망…안전불감 여전

수원, 타워크레인 넘어져 기사 숨져    등록 : 2014.05.25 20:20수정 : 2014.05.25 21:16
중국산 중고에다 민간서 안전점검
의왕, 열차 분리작업 노동자 사망
장시간 근무에다 안전관리자 없어

세월호 참사로 온나라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건설·철도 노동자들이 일하다 숨지는 산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에 안전검사 업무를 맡기거나 정해진 안전관리자를 배치하지 않는 등 산업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문제로 지목된다.

25일 전국건설산업노조와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 대우월드마크 건설현장에서 24일 오전 10시40분께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바로 옆 건물 32층 바닥으로 넘어졌다. 이 사고로 크레인을 조종하던 기사 김성기(43)씨가 숨지고 함께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다쳤다. 사고는, 공사 중인 건물 높이가 올라감에 따라 크레인의 자체 키를 키우려고 6m 길이의 철골 구조물을 끼워넣는 작업을 하다 작업 부위 구조물이 구부러져 일어났다.

사고 조사를 맡은 수원 남부서 이경수 형사1팀장은 “크레인이 증축 작업 중 부러진 사고로,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산업안전공단과 함께 현장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이번 사고가 세월호 사고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은 3년 전 중국에서 중고로 수입됐다. 박종국 건설노조 산업안전국장은 “국내 건설현장에 중국 장비가 중고로 많이 들어와 있는데, 철의 강도가 약하다. 수입할 때 산업안전공단이 서류만 검토하고 통과시키는 형식승인을 하는 게 문제다”라고 말했다.

크레인의 안전검사를 민간업체에 맡긴 대목도 문제로 지목된다. 타워크레인은 원래 고용노동부가 철구조물로 분류해 관리했는데 안전 문제가 불거지자 2008년 노동계의 요구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관할하는 건설기계로 등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크레인의 안전관리 업무를 공공기관이 아닌 5개 민간업체에 위탁해 부실 점검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 박 국장은 “민간업체로선 까다롭게 검사하면 일감이 끊기니 안전검사 업무를 맡긴 건설업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건설현장에서는 매년 서너건씩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일어나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수원에서 사고가 난 지 5시간 만인 24일 오후 3시30분께에는 인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 4번 선로에서 열차와 열차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던 코레일 소속 노동자 차아무개(31)씨가 차량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차씨는 3006호 열차의 16번 차량과 17번 차량 사이에 들어가 둘을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실상 연속 3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안전관리원 미배치 등이 원인이라고 철도노조는 지적한다. 주간조인 차씨는 23일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일을 한 뒤 야간조 인력에 문제가 생기자 곧장 대체노동자로 투입돼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일을 계속 하고 다시 자신의 낮 근무를 하고 있었다. 야간조한테는 새벽에 4시간의 수면시간이 주어진다.

코레일의 작업계획서는 안전관리자를 포함해 3명이 한 조로 일하도록 하지만 당시 투입된 노동자는 2명뿐으로 확인됐다. 철도노조는 안전관리자를 반드시 두도록 한 산업안전법을 어겨 일어난 사고로 본다.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차량정비 직종에서 맡던 화물열차 출발 검수 업무가 최근 수송 직원의 업무로 넘어와 업무량 증가 및 부담이 컸다고 한다”며 “기본적인 안전작업 수칙마저도 지킬 수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과 현장 노동자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 인력 감축 등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쪽은 “경찰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회사가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듯하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10분 근로계약서’ 아시나요?

회사쪽, 퇴직금·수당 등 안주려고
‘주15시간’보다 10분 줄여 계약
돌봄교사 상대로 가장 빈번해

한주에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퇴직금이나 연월차·휴일수당을 받지 못하고 4대 사회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아니다. 이들은 2년 넘게 일해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노동법에 규정된 각종 책임을 피하려고 사업주들이 주당 노동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유지하려 온갖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근시간을 10분 늦추거나 퇴근시간을 10분 앞당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민주노총은 22일 토론회를 열어 초단시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고발했다. 배동산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 정책국장은 “충남지역에서 월·화·금요일은 오후 2시 출근해 5시에 퇴근하지만 수·목요일은 10분 늦은 오후 2시10분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식으로 근로계약을 맺어 주 (15시간 미만인) 14시간40분을 맞춘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주당 노동시간을 15시간(1일 3시간) 미만으로 하려고 요일별 근무시간을 10분씩 조절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이른바 ‘10분 근로계약서’다. 이런 변칙적 근로계약서는 ‘초등 돌봄교실 교사’를 상대로 한 게 가장 많았다. 이들은 수업이 끝난 학생을 돌봄교실로 데려오고, 학부모가 아이를 데려갈 때까지 기다려야 해 실제 노동시간이 주당 15시간을 훌쩍 넘어선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현대중, 산재 은폐 의혹…보험료 955억 감면

5년간…“최근 2년간 86건 더 은폐”
울산노동단체, 부산노동청에 고발

올해 들어 산업재해 사망 사고가 잇따른 울산 현대중공업이 산재 사고가 적게 일어났다며 지난 5년간 감면받은 산재보험료가 955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노동계는 현대중공업이 산재 사고를 은폐해 보험료를 덜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와 지역 노동단체 등으로 꾸려진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원회’(대책위)는 20일 오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 조사와 현대중공업 내부문서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가 2012년 초부터 올해 초까지 모두 86건의 산재를 은폐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3차례에 걸쳐 131건의 산재 은폐를 적발해 부산고용노동청 울산지청에 고발했다. 이날도 기자회견 뒤 현대중공업 등 관련 회사를 추가로 고발했다.

대책위가 밝힌 내용을 보면, 해당 기간에 현대중공업 소속 정규직 노동자 일부와 하청업체 노동자 등 86명은 팔·다리·손가락 등에 골절상을 입고 울산시내 정형외과를 찾거나 추락으로 인한 타박상, 절단 작업 중 화상 등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대책위는 “고용노동부가 현대중공업의 산재 은폐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대중공업이 2009∼2013년까지 산재가 적게 일어났다며 정부에서 감면받은 산재보험료가 955억여원에 이른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아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2009년 152억여원, 2011년 247억여원, 2013년 184억 등에 이르는 산재보험료를 덜 냈다. 이는 해당 업종과 회사의 3년간 산재 발생이 낮으면 정부가 이듬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특례제도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가 산재 은폐를 되레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에서는 3월25일 작업하던 노동자 1명이 추락해 숨지는 등 최근 두달새 5명의 하청업체 노동자가 작업 중에 숨졌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