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한겨레 신문>
사설 | [사설] ‘소득주도 성장’은 무늬만으로 안 된다 |
등록 : 2014.07.21 18:45
임금노동자 87%가 중소기업에
대기업 독식 끊어야 가계 ‘숨통’
우리나라에서 법률상 ‘대기업’(종사자 300인 이상)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83만명이 조금 넘는다. 삼성, 현대, 에스케이, 엘지, 롯데 등 이름이 알려진 재벌 계열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이보다 훨씬 적다. 우리나라 전체 임금노동자의 87.7%(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1306만명은 300인 미만을 고용한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다섯명당 한명은 5인 미만의 기업에서 일한다.
따라서 전체 가계소득의 증대를 꾀하려면 전체 노동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21일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전 산업을 기준으로 지난해 대기업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445만원이었지만 중소기업(종사자 5~299인)은 약 276만원에 그쳤다.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2% 수준이다. 특히 영세한 5~9인 사업장의 월평균 임금은 약 222만원으로 대기업 노동자의 딱 절반이다. 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임금뿐만 아니라 노후와 재해 등을 대비한 사회적 안전장치라 할 수 있는 사회보험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기업의 국민연금 직장가입률(비정규직 포함)은 95%가 넘지만, 10~29인 사업장은 72.1%, 5~9인 사업장은 54.8%에 머물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률도 각각 97%, 77.1%, 59.4%로 격차가 크다.
이런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과 허술한 사회보장은 대기업에 견줘 중소기업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원·하청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와 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도 중소기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이 전체 근로자의 80%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므로 자금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간다면 훨씬 많은 수의 근로자들이 임금 상승 기회를 얻어 ‘임금 없는 성장’의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수십년 묵은 고질적 관행인 중소기업에 대한 부당행위를 근절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지난 17일 외국계 은행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가 보고서를 내 “한국 경제가 성장 모멘텀(계기)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과 내수부문 간 균형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업들이 낸 성과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몫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다. 중소기업의 몫이 커지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 가구의 소득 증대와 이를 통한 내수 확대, 성장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대만과 독일처럼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가 구축되면 가계소득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 가구의 소득 정체는 임금노동시장의 양극화와 함께 소득 분배를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자영업의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임금노동시장의 일자리 질을 높여 자영업자들을 흡수하는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전문가들은 한국 자영업 규모가 지나치게 비대한 만큼, 자영업 비중을 낮추고 신규 유입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임금노동시장이 정상화돼야 한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조정관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서 퇴출된 인력들이 들어가서 자영업 시장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다, 새로 경제활동에 참여하려고 할 때 노동시장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바로 자영업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며 “비자발적 자영업 진출 수요가 앞으로도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임금노동시장으로 유인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취업나선 자영업자 2명중 1명
하위 40% 저임금 일자리로 자
영세자영업 시장으로 유입된 절반
하위 40% 저임금 일자리 출신
저임금 일자리↔자영업 ‘악순환’
“임금인상·정년연장·교육훈련에
협동조합·사회안전망 확대 필요”
특히 영세한 규모의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실직, 비정규직 취업, 자영업 진입 사이를 전전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2003~2006년)를 패널자료로 구성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임금노동시장(자영업)에서 임금노동시장으로 진입한 54.9%가 하위 40%의 저임금 일자리로 전환됐으며, 임금노동에서 비임금노동으로 유입된 52.1%가 하위 40%에 속해 있던 임금노동자 출신이었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는 저소득층이 저임금 일자리와 자영업을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규직 등 일자리 질이 안 좋으니,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면서도 임금노동시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자영업자들을 임금노동시장으로 흡수시켜 전체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시정과 최저임금 인상 등이 이루어지면 시간제 일자리보다 자영업을 택하는 현실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정부가 폐업한 자영업자의 임금근로자 전환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간헐적으로 기울여왔지만, 성과가 미흡했다”며 “임금근로자의 실질 정년을 연장해 자영업 진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20~30대 영세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 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규제하고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골목상권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줄이는 것도 필수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대기업들이 도·소매 유통에 광범위하게 진출하면서 그에 따른 불공정행위도 확산돼왔다”고 말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재벌뿐 아니라 중견브랜드의 횡포도 심각한 상태”라며 “프랜차이즈 본사의 과도한 수수료와 간섭을 근절해야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제안의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자영업 부문에 종사하는 이들이 급격한 구조조정을 맞게 해선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이병희 연구위원은 “지역과 서민경제의 중요한 축인 자영업 부문은 그 비중이 큰 만큼 구조조정에 따른 충격이 크다”며 “자영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확충될 때까지는 퇴출을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같은 대안경제 모델을 모색하자는 방안도 거론된다. 은수미 의원은 “임금노동시장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을 위해 협동조합이나 마을공동체운동 등 사회적 경제 모델을 만들어 자영업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군수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창업 중심의 지원은 자영업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다양한 방법론을 도입해 경쟁력 있는 자영업 산업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협동조합을 통해 기존 상점의 소유구조를 바꾸어 지역밀착형 마을기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실질임금 1% 늘어나면 경제성장률 1% 상승한다 |
임금의 몫이 커지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투자와 수출이 줄어 결국 고용까지 감소시킨다는 주장과 달리, 임금이 오르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노동기구(ILO)도 자본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의 몫이 커질 때 경제 전체의 총수요가 더 크게 늘어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13일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가 지난 6월 부경대지역사회연구소에 제출한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수요체제와 생산성체제 분석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실행보고서(워킹페이퍼)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실질임금 1% 증가 시 국내총생산(GDP)은 0.68~1.09%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질임금이 1% 늘어나면, 실질노동생산성은 0.45~0.50%, 고용은 0.22~0.5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9년에서 2012년 실질임금의 변화가 국내총생산과 노동생산성, 고용에 미치는 효과 등을 분석한 결과다. 홍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난 10일 문재인·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동으로 주관한 ‘소득주도 성장의 의미와 과제’ 세미나에서도 발표했다.
또 기업 활동 등으로 창출된 부가가치 가운데 기업(자본)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의 몫(노동소득분배율)이 커지면 소비가 늘어나지만 우려해왔던 것과 달리 수출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홍 교수는 보고서에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소득의 소비탄력성 증가로 노동소득분배율이 1% 증가하면 민간소비가 0.52~0.7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동 비용이 늘어나더라도 수출 증가율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의 분석 결과, 기업의 수익성 개선이 투자 증가를 유발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장표 교수 1999~2012년 수치 연구
“고용 0.22~0.58% 늘어나고
민간소비도 0.52~0.71% 증가해”
‘투자와 수출 감소’ 통념과 정반대
“기업 수익성 향상보다
소득분배 증가가 투자 더 유발”
이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비용 증가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출 경쟁력의 약화로 수출이 감소된다는 통념과 배치된다. 그동안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통한 투자 확대’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의 임금은 억제돼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해왔다. 홍 교수는 “실질임금 상승 또는 노동소득분배율 개선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고용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본소득보다 노동소득의 소비성향(소득에 견준 소비의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상승하면 소비지출이 크게 증가한다”며 “1999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실질임금 상승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명제보다는 ‘실질임금 상승이 고용을 증가시킨다’는 케인스 명제가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국제노동기구도 기업 부문과 가계 부문 간의 이익 분배에 따른 계량 분석을 시도했다. 2012년에 발간된 ‘총수요는 임금 주도 성장과 이윤 주도 성장 중 무엇을 요구하는가’란 제목의 보고서가 그 결과를 담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자본(기업 부문) 몫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미국(0.388)과 터키(0.208), 이탈리아(0.100), 독일(0.029), 영국(0.025), 프랑스(0.021), 일본(0.014) 등은 모두 총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가져갈 경우 나라 전체의 총수요가 줄어들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역시 자본이 가져가는 몫이 1%포인트 더 늘어나면 총수요는 0.063%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홍장표 교수는 노동소득분배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총수요는 1.24~2.19% 증가한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와 홍 교수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기업의 이윤이 늘어나는 것보다 가계의 임금이 늘어나야 총수요 진작을 통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다.
국제노동기구의 보고서를 쓴 외즐렘 오나란 영국 그리니치대 교수와 요르고스 갈라니스 영국 워릭대 교수는 “임금 몫의 의미있는 증대를 통한 세계 경제의 성장은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충분하다. 경제 성장과 소득 불평등 개선은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수출 대기업이 번 돈, 가계로 흘러들어야 ‘경제 선순환’
수출에서 내수로, 기업에서 가계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소득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은 게 우리 경제가 처한 가장 큰 문제다.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벌어들인 돈이 임금 등을 통해 가계소득으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져 결국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경제는 2008년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9% 성장에 그쳤다. 이는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이전에는 1981~1986년 연평균 9.6%, 1987~1997년 연평균 8.4%, 1999~2007년 연평균 5.8%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외생변수’의 영향이 있긴 했지만, 저성장의 배경에는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란 구조적인 ‘내생변수’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 6년 동안 소비와 투자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2.0%, 0.7% 증가에 그쳤다. 이는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치다. 반면에 수출은 같은 기간 6.3% 늘었다.
그나마 이러한 수출 증가세에 힘입어 경제가 성장한 셈이다. 수출 증가는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소득의 대폭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 이후 2012년까지 법인(기업) 부문 영업잉여(소득)는 연평균 8%씩 증가해왔다. 그 결과 10대 재벌은 500조원이 넘는 돈을 사내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있다.
2000~2012년 기업소득
연 8%씩 증가해 사내 유보금 500조
노동소득분배율 1996년 79.8%에서
2012년 68.1%로 쪼그라들어
정부쪽도 “유효수요 일으켜야”
반면에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분석 결과를 보면, 노동소득분배율(자영업자 노동소득 포함)은 1996년 79.8%에서 2012년 68.1%로 쪼그라들었다. 경제활동으로 창출된 부가가치를 배분하면서 기업 몫이 늘고 가계 몫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실질임금 증가율은 실질노동생산성 증가율보다도 낮다.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민간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줄고 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조정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 노동소득 인상을 자제해 생기는 이윤과 잉여를 투자로 전환시켜 경제에 활력을 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며 “노동소득 감소로 줄어드는 소비를 투자나 수출 증가가 보충해줘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증가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수출 확대를 통한 총수요 확보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며 “기존 방식이 아니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나 노동소득을 올리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 안에서도 이런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0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서면질의에 “내수 활성화 등 수요 측면의 경제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추진해온 공급 측면의 경제정책이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가계소득의 증가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최 후보자가 “기업의 이익이 임금과 배당, 투자 등 실물과 가계 부문으로 흘러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임금을 축으로 하는 가계소득 증대를 꾀해 경제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득 주도 성장론과 맥이 닿아 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더이상 ‘세이의 법칙’(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론)이 통하지 않는다. 지금 유효수요(소득의 뒷받침이 있는 소비)를 일으키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전체 국민소득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을 덜고 노동소득의 몫을 늘려야 한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과 자본소득 간 균형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득 주도 성장론에서 말하는 가계소득의 증대 문제는 단순히 기업과 가계 몫의 조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과 가계 간 격차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가계 내부의 격차란 3중의 불균형이 겹쳐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로 중소기업의 몫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면, 우리나라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노동자 몫도 제대로 늘지 않는다. 아울러 가계소득이 늘어나더라도 부자의 몫만 증가한 채 중산층과 저소득계층의 몫이 늘어나지 않으면 소비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 구조다. 이런 3중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유효수요 창출이라는 과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류이근 김경락 기자 ryuyigeun@hani.co.kr
최저임금 현실화·사회보장 확대로 ‘소득기본선’ 마련을
❷ 임금 늘어야 내수도 산다
정부가 정한 올해 2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월 102만7417원이다. 최저생계비는 그야말로 ‘최저의 삶’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예를 들어 영화는 1년에 두 번 보고, 운동화는 2년을 신어야 하며, 신사·숙녀복은 한 벌을 10년을 입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다. 7월 기준으로 하루 8시간씩 평일(23일)을 빼먹지 않고 일을 하면 월 95만8640원을 번다. 최저임금으로는 2인 가구일 경우 ‘최저의 삶’도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노동자 평균임금의 31%
그 이하로 받는 노동자도 232만명
복지를 돈으로 환산한 ‘사회임금’
한국 7.9%로 OECD의 1/4 수준
서울 성북구·부천시 도입 ‘생활임금’
지자체들이 적극 확대 나서야
그나마 최저임금마저 받지 못하는 노동자도 200만명을 웃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지급해야 할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고, 여기에 정부가 사회보장제도로 보충해줌으로써 ‘소득기본선’(income floor·소득최저선)이 만들어져야 가계소득뿐 아니라 전체 거시경제의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부의 2013년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만5567원, 최저임금은 4860원이었다. 최저임금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31.2%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은 2010년 2.8%, 2011년 5.1%, 2012년 6%, 2013년 6.1%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0.2%, 1.1%, 3.7%, 4.7%에 그친다.
최저임금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소득분배 개선치 등을 제대로 반영하기보다 정부의 소극적 태도 속에서 노-사 줄다리기 끝에 적당히 조정돼온 탓이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여럿 제출돼 있지만, 여당과 정부의 반대 탓에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 액수도 낮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올 3월 기준으로 최저임금(2014년 5210원)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232만명에 이른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 8명 중 1명꼴로 법정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근로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탓”이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의 직접적 관리하에 있는 공공부문에서도 최저임금 미달자가 14만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낮은 최저임금 수준과 이도 지키지 않는 현실 탓에 우리나라의 저임금계층 비중과 임금불평등도(하위 10% 임금 대비 상위 10% 임금)는 아주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임금불평등은 4.85배로 33개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유럽연합은 저임금계층을 중위소득의 3분의 2 미만으로 정의하는데, 한국은 25.1%나 된다. 오이시디 평균인 16.1%보다 9%포인트나 높은 수준으로, 회원국 중 최고치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도 시급한 상태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이 2009년 낸 ‘사회임금’ 보고서를 보면, 가계운영비 중 사회임금 비중의 경우 한국은 7.9%로 오이시디 평균 31.9%에 견줘 4분의 1 수준이었다. 사회임금은 실업급여, 보육지원금, 건강보험 적용 등 사회적으로 얻는 복지수혜를 임금으로 환산한 액수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연구조정관은 “최저임금과 사회보장제도의 긴밀한 연결로 소득최저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저임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생활임금’ 운동도 이런 ‘소득기본선’ 보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생활임금은 지자체가 최소한 소속 노동자들에게만이라도 실제 생활이 가능한 임금을 지급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 노원구가 생활임금 제도를 도입했고, 부천시는 최근 노·사·민·정 합의를 통해 전국 최초로 생활임금을 조례로 통과시켰다.이런 소득기본선 보장은 저소득계층의 구매력을 높여 전체 경제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평균 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에 견준 소비지출의 비중)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높다. 가계소득 안정성이 높아지면 경기후퇴 때에도 소비감소의 충격을 완화해주는 완충 역할을 하게 된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나 유럽에서 가계소득과 구매력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이 최저임금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
‘임금 안오르는 성장’ 직면…“노동생산성 오른만큼 대가줘야”
우리 경제는 ‘임금 없는 성장’에 직면했다.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경제가 더디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나마 노동자에게 제 몫이 돌아가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산성 증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14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을 보면,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5인 이상 상용직을 기준(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 조사)으로 했을 때 연평균 2.3%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우리 경제는 연평균 4.1%씩 성장했다. 그나마 이는 고용이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상용직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01~2013년 비정규직의 실질임금은 매년 1% 증가에 그쳤다.
이렇게 임금의 성장 속도가 경제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성장의 과실이 기업의 이윤 쪽으로 더 많이 흘러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기업소득(세금 등을 뺀 법인가처분소득 기준)은 2000~2010년 연평균 16.5%씩 증가해왔다. 이는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2001~2013년 평균 4.1%씩 성장 불구
상용직 실질임금 2.3% 증가 그쳐
비정규직은 1% 증가 머물러 심각
배당 촉진 정책은 한계 커
생산성 임금협약 등 정책 필요
문제는 단지 임금 증가 속도가 느리다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몇년 새 노동의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는데도 임금은 따라 오르지 않고 있다. 2007~2013년 상용근로자 기준 전산업 실질임금은 연평균 3.5% 증가에 그친 반면에, 노동생산성(국내총생산/취업자수)은 10.9%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1분기 이후 실질임금은 계속 정체되는 가운데 노동생산성과 실질임금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초유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경제 역사상 실질임금이 6년 이상 지속적으로 정체되었던 적은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래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임금 없는 성장’을 해소하려면 실질임금이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 실질 노동생산성에 맞춰 증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생산성과 노동소득 연계를 강화하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도구는 노동자의 임금 협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20여년 동안 하락 추세를 보여온 노동조합 조직률(현재 약 10%)과 단체협상 적용률(현재 12.5%)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과 독일 등 유럽에서 폭넓게 시행됐던 ‘생산성 임금협약’ 또는 ‘생산성 임금제’ 등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생산성 임금협약이란 생산성 향상에 물가상승률을 더해 임금인상의 잣대로 삼는 것을 말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에 명시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일단 정부에서는 10대 재벌을 중심으로 기업이 쌓아둔 500조원 안팎에 이르는 사내유보금이 임금이나 배당 등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기업이 유보금을 줄인 만큼 세금감면 혜택을 주거나, 과도한 유보금에 세금을 매기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과 비정규직 문제 개선 등에 대해서도 의지를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정부의 구상 가운데 배당 촉진 방안은 가계소득 증대에 큰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득의 가장 큰 부분을 임금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은 2012년 기준 가계소득(본원총소득 기준)의 76.3%에 이른다. 자영업자의 소득(영업잉여)과 재산소득(임대료, 배당, 이자 등)의 비중은 각각 15.6%와 8.1%에 그친다. 선대인경제연구소가 국세통계연보 등을 분석한 것을 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배당소득은 임대소득과 이자 등을 모두 합한 종합소득(국세청 과세 전 기준)의 6.9%로 약 8조7000억원에 그친다. 반면에 임금(근로소득세 과세 대상)은 470조원이 넘는다. 가계소득을 늘려 내수활성화를 꾀하려면 실질임금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소득재분배 OECD 꼴찌 수준…가계소득 보전할 복지확대를
(3) 재정 역할 키우자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월평균 382만9273원이었다. 가계소득의 대부분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임금과 장사(자영업)를 해서 번 돈이다.
가계는 1차적으로 이렇게 시장에서 노동을 하거나 장사를 해서 주로 소득을 얻지만, 능력과 의사가 있어도 제대로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늙고 병들어 일할 능력이 아예 없는 경우 충분한 소득을 얻지 못한다. 현대 민주국가에서 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줘야 하는 곳은 바로 정부다. 공적연금, 기초노령연금, 세금환급금, 사회수혜금(실업수당 등) 등 이른바 ‘공적 이전소득’이 그 수단이다. 정부가 재정(나랏돈)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시장소득을 2차로 보전해주는 것이다.
정부의 SOC 등 경제사업 비중 오이시디 평균보다 2배 높지만
사회보장비는 1인당 월 22만원 오이시디 평균 3분의 1도 안돼
“‘단기부양’식 재정 확대 한계 성장률 패러다임서 벗어나야”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17일 <한겨레>가 통계청을 통해 확인한 지난해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공적이전소득은 월평균 19만5427원이었다. 가계 시장소득(공적이전소득과 경조소득 등 비경상소득은 뺌)의 5.1% 수준이다.
이러한 현금성 공적이전소득에 의료, 주택, 교육 등의 혜택을 모두 포함한 정부의 사회보장비는 1인당 월 22만원(2009년 기준 217달러)이다. 이는 선진국 모임으로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65만원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규모는 작은 편이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사회보장비 비중은 9.3%였다. 오이시디 평균인 21.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교 가능한 32개국 가운데 오직 멕시코(7.4%)만이 한국보다 낮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재정정책 역할 가운데 하나인 소득재분배 기능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적은 사회보장 지출은 오이시디 꼴찌 수준의 낮은 재분배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한겨레>가 2010~2011년 기준 오이시디 국가 중 비교 가능한 31개국의 지니계수를 비교분석해 봤더니, 시장에서 번 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불평등이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 이후 평균 34%나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4분의 1 수준인 9% 개선에 그쳤다. 이는 칠레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척도로서 0~1 값을 나타내며 값이 클수록 불평등이 심한 사회임을 뜻한다.
우리나라 재정이 이렇게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영미식의 ‘작은 정부’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에 견준 정부 예산 규모는 2011년 기준 30.1%로 오이시디 평균인 43.2%에 견줘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재정을 통한 정부의 역할이 극도로 쪼그라들어 있는 것이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나라 곳간의 크기를 키우는 재정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소비 여력이 떨어진 계층에 재정지원을 통한 수요를 창출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은 오래된 케인스의 처방이기도 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7일 내년도 예산을 확대 편성해 경제를 회복시키겠다고 밝힌 것도 넓게는 이런 맥락과 닿아 있다.
그렇지만 돈을 풀어 일단 경기만 띄우고 보자는 식의 단기적 재정확대 정책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효과가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정지출의 방향을 확실하게 가계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재정지출 가운데 사회간접자본(SOC), 기업 연구개발비 지원 등 경제사업의 비중이 2011년 기준 국내총생산에 견줘 20.1%나 된다. 이는 오이시디 평균(10.4%)의 2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행정학)는 “우리나라는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여전히 경제부문의 예산이 큰 자본주도 성장의 재정 투입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과거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재정을 통한 소득보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내수를 활성화시켜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중산층 이하 저소득 계층은 한계소비성향(소득에 견준 소비 비중)이 큰 만큼 정부로부터 공적이전소득 등을 지원받으면 늘어난 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쓰기 때문이다. 또 가계소득의 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전체 거시경제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조세 및 재정의 재분배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내수 기반 확충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복지예산 가운데 소득보전 예산이 적은 것도 문제다. 사회복지 지출을 유형별로 나눠 보면 우리나라는 의료비 등 사후적 지출의 성격을 갖는 예산의 비중(51.4%)이 다른 나라에 견줘 높지만, 소득 대체형 지출의 비중(29.6%)은 낮은 편이다. 가계소득 증대에 따른 수요 확대로 경제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초노령연금, 실업급여 등 소득대체형 재정지출이 늘어나야 한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IMF·OECD·다보스포럼 ‘소득 불평등’ 개선 권고
미국·일본 정부는 적극적 ‘가계소득 증대’ 정책
임금 등 가계소득을 늘려 성장을 추구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은 세계 경제를 덮쳤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에 뿌리를 둔다. 처음에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심각한 소득 불평등에 있다는 직관에 바탕한 주장에 머물렀으나 점차 불평등 해소를 통한 가계소득 증대가 안정적인 성장을 가져온다는 대안적 성장 담론으로 진화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2년에 펴낸 ‘임금주도 성장론: 개념과 이론, 정책’ 보고서는 소득 주도 성장론이 국제 경제학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계기가 됐다. 그동안 노동단체 등 진보진영에서 축적된 연구 결과를 종합한 이 보고서는 “임금 인상에 기반한 성장전략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온다”는 분석 결과를 담았다.
특히 이 보고서는 세계 경제의 주기적 위기의 원인을 ‘이윤 주도 성장’ 전략에서 찾고 있다. 감세,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업 중심적인 정책들이 불안정하고 지속 불가능한 성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임금은 소비(수요)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이윤 주도 성장론에선 가급적 줄여야 할 비용으로 취급되던 임금의 또다른 특징을 강조한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론은 무조건 임금을 높이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생산성 향상 속도만큼 임금 인상 속도도 따라가야 한다’는 ‘적정임금론’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 주도 성장론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전세계적으로 확산중이다. 무엇보다 이윤 주도 성장의 첨병이었다고 할 수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심지어 ‘부자들의 모임’이라고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금융위기 이후 소득 불평등 문제는 중심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1월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은 ‘글로벌 리스크 2014’ 보고서를 통해 “소득 불평등 문제가 향후 10년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은 같은 달 23일 발표한 ‘재정정책과 소득 불평등’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소득 불평등이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금융안정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되고 있다. 정부 지출과 세금 정책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며 각국 정부에 소득 불평등 개선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주요 국가의 정부도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추진은 대표적인 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월12일 최저임금을 시간당 7.25달러에서 10.10달러로 올리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독일에서도 최근 최저임금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일본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에 좀더 적극적이다.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일본 정부와 노동단체, 재계 대표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임금 인상 방안을 여러차례 논의했다. 올해 초까지 모두 4번 진행된 회의 중 두번을 아베 총리가 주재했다. 아베 총리는 올해 초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2000년 이후 미국에선 평균 명목 임금이 3.3% 상승한 데 견줘 일본에선 평균 임금이 0.8%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통계를 보고 매우 당혹스러웠다”며 “정부와 각계 대표가 모여 성장을 위한 임금 인상을 논의했으며, 앞으로 일본 경제는 ‘임금 서프라이즈’에 기반한 밝은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설 | [사설] ‘소득주도 성장’은 무늬만으로 안 된다 |
등록 : 2014.07.21 18:45
<자료출처: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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