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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참패 야당이 제1당, 더민주 '미스터리'

성공을 도와주기 2016. 4. 17. 22:02

호남 참패 야당이 제1당, 더민주 '미스터리'

[4.13 총선평가①] 지역구도에서 세대구도로... '2040세대'가 결과 바꿨다

16.04.14 20:24l최종 업데이트 16.04.14 20:24l
 

 

2016년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충격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제1당의 지위를 가져온 것도 충격적이고, 국민의당이 더민주로부터 호남 맹주의 지위를 가져간 것도 그렇다. 이런 선거결과는 이전의 어떤 선거에서도 볼 수 없었다.

가장 의아스러운 대목은 더민주가 지금까지 민주진영의 최대기반이었던 호남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보다 5석을 더 얻어 원내 제1당이 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도대체 어떤 힘이 호남의 완전한 지지가 없이도 더민주를 원내 제 1정당으로 만들었을까.

더민주 승리의 원동력은 2040세대의 간절함

 
▲ 김종인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심의 무서움을 깨닫는다"며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경제실패 책임을 준엄하게 심판했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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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은 바로 20대에서 50대 초반까지의 세대가 보여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 의지였다.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간절함이 더민주를 이번 총선에서 승리토록 한 원동력이다.

이번 총선을 통해 더민주는 전국 모든 지역에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부산에서 5석, 경남에서 3석 그리고 대구에서마저 1석을 얻을 수 있던 것도 결국은 2040세대의 힘이었다. 부산, 경남, 대구, 울산, 강원에서 더민주와 무소속이 당선된 지역은 모두 젊은 세대 비율이 높은 지역이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세대 구도가 지역 구도를 능가했다.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2040세대는 문재인을 지지했고, 5060세대는 박근혜를 지지했다. 그러나 예외 지역 두 곳이 있었다. 호남과 대구·경북이 그곳이었다.

호남은 모든 세대가 문재인을 지지했고, 대구·경북은 모든 세대가 박근혜를 지지했다. 2012년 당시 출구조사에 따르면, 호남은 2040세대(90~95%)는 물론 50대(90%)와 60대(85%)도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대구경북은 50대(90%), 60대(95%)는 물론 2040세대에서도 70%가 박근혜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는 호남과 대구·경북에서도 세대균열이 발생했음을 보여줬다. 호남에서 2040세대는 더민주를 지지했고, 5060세대는 국민의당을 지지했다. 대구·경북에서도 5060세대는 새누리당을 지지했지만 2040세대는 더민주와 무소속을 지지했다. 이제 한국정치에서 세대구도가 주요 균열이 되었고, 지역구도는 부차적인 균열로 밀려났음을 알 수 있다. 

2040세대가 야당을 지지하고, 60대 이상 세대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일관된 흐름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그 이후 보궐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패했던 야권이 이번에 극적인 승리를 하게 된 다른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간절함의 크기'였다. 이전에 기고한 기사(현실화된 야권 궤멸, 이제는 간절함에 달렸다)에서 더민주 지지자들과 2040세대 유권자들의 적극적 투표 의지가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간절함이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간절함이 크면 그것은 확산되고 전염된다. 그 힘으로 역사는 만들어졌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의 기본원리는 간절함이 큰 쪽이 이긴다는 것이다."

총선 전 여론조사는 더민주 지지자들과 2040세대의 적극적 투표 의지를 보여줬다. 예를 들면, 리얼미터가 3월 28~30일 조사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정당별 적극적 투표의향 비율(평균 56.9%)은 ▲더민주 76.8% ▲정의당 63.3% ▲새누리당 51.9% ▲국민의당 49.6%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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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총선과 20대 총선 세대별 투표율 비교.
ⓒ 유창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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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2040세대의 적극적 정치참여, 그들의 간절함이 더민주가 호남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도 원내 제1당이 되는 총선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구도의 '87년 체제' → 세대구도의 '16년 체제'

 
▲ 고개숙인 김무성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해단식에서 20대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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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총선 결과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닐 수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 선거 승리를 이끌어 온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통령의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선언하는 동시에 1987년 이후 한국정치의 중심균열이었던 지역구도가 극적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2011년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이 책에서 1987년 총선 이후 반복되는 선거구도인 지역구도가 점차 세대구도로 변화되고 있고, 조만간 세대구도가 지역 구도를 능가하는 선거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2012년 대통령선거가 그런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제20대 총선에서 그 예측이 맞았다. 이것이 갖는 현실적 의미는 앞으로 2040세대가 한국 정치의 다수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한국 정치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앞으로 정치적 리더십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이들에게 있다는 것을 이번 총선결과는 보여줬다.

지난 시기 호남을 빼고 민주 진보 진영을 생각할 수 없었듯이, 지금은 노무현을 빼고 민주 진보 진영을 생각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지도자였던 시절에는 정권교체의 가장 큰 힘이 호남 유권자들의 간절함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듯이, 2017년의 정권교체 힘은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2040세대의 간절함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