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범함 뒤엔 삼성에 미묘한 경쟁의식 있어
한국 10대 기업 ‘겉과 속’ ② 현대자동차 한겨레홈 > 뉴스 > 경제 > 경제일반
속도와 추진력 강조하는 ‘불도저 일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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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거나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들어간 보고서는 퇴짜 맞기 일쑤다. 영업 부문에서 일했던 김아무개씨는 “‘안되면 되게 하라’는 말이 아니겠느냐”며 “실제로 네거티브한 보고를 올렸다가는 ‘다시 해보라’는 식으로 되돌아올 때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 출신의 중견기업 임원은 “현대의 모태가 된 건설 시절부터 싹튼 불도저 정신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증거”로 풀이했다.
그래서인지 현대차가 선호하는 인재상에는 ‘도전’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이 강조하는 도전 정신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라도 해결책을 찾으려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현대차는 이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태도”라고 설명한다.
조직 속내 들여다보면
완성차업체 특성 탓 빠른 의사결정 중요…강력한 추진력 필요
설계에서 품질 중요성 체득시키기 까지…신입사원 ‘현장체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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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맨’의 정체성은 생산공장이 있는 현장에서부터 길러진다. 5주 동안의 신입사원 집합교육과 부서에 배치된 뒤 현업에서 이뤄지는 직무교육이 대표적이다. 신입사원 연수는 현대차 특유의 조직력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올해 초 홍보팀에 입사한 양승학씨는 “울산공장에서 직접 컨베이어에 올라 부품을 자동차에 조립해봤는데, ‘아, 내가 자동차 회사에 들어왔구나’하는 실감과 함께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분야의 신입사원들은 두달 동안 애프터서비스(A/S) 현장에서 체험교육을 받는다. 이는 설계 단계부터 품질의 중요성을 체득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남양연구소 연구개발팀의 김완승 사원은 “연구소에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경험하기 때문에 최종 품질에 더 신경 쓰게 된다”고 말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자동차 기업의 특성상 다양한 현장 체험을 통해 회사의 현실과 자동차에 대해 정확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입사 이후 전 직원들은 업무 특성과 직급에 따라 또 세분화된 교육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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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관리의 삼성’을 거론하며 현대차를 우직하고 느슨한 조직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차 이미지를 떠올릴 때는 ‘투박하지만 인간적이다’라는 말도 아직 심심찮게 나온다. 이에 대해 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는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치밀하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과거 현대 특유의 조직문화에 익숙한 직원들은 “내부 경쟁이 치열해져서인지 예전보다는 팍팍해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회식 자리에선 소주잔이 아닌 큰 유리잔에 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 곳도 현대차다.
현대차 직원들은 겉으론 대범해 보이지만, 삼성에 대해서 만큼은 미묘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빗대 ‘모래 팔아 돈버는 기업과 2만여개의 부품이 모인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 같을 수 있냐’는 식의 농담을 자연스럽게 주고받는다. 외형적으로는 삼성전자에 뒤처졌지만, 제조업 대표주자로서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것이다.
현대차 안에서는 요즘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성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 고위 임원은 “과거 저돌적인 스피드 경영이 성장하는데 큰 구실을 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과 같은 복잡한 경영환경에서는 그것만 갖고는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강점인 추진력을 잃지 않으면서 고도의 시스템에 의해 조직이 움직이도록 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그만큼 큰 게 또 현대차”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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