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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자동차산업 보호주의’ 급가속

성공을 도와주기 2008. 11. 20. 10:44
전세계 ‘자동차산업 보호주의’ 급가속
미국, 250억 달러 ‘빅3지원책’이 시동 걸어
유럽·중국 업체도 자국 정부에 지원 압박
한겨레 류이근 기자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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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보호경쟁이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잇달아 지원하고 나서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등 다른 자동차 생산국에서도 지원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전후방 연관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산업이 무너질 경우 경제에 끼칠 파장 때문에, 자동차 산업을 그저 ‘시장의 법칙’에 내맡길 수도 없는 처지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지원은 자국 내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깨뜨리고, 다른 나라 자동차 업체엔 불공정 경쟁이 될 수 있다. 자칫 시장 전체를 크게 왜곡할 수도 있다.

한 해 약 164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영국의 자동차업계가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19일 “자동차 업계가 어제 정부에 금융지원과 세금 감면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경제적 환경에 적응할 시간과 경기침체의 충격을 완화할 긴급한 행동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영국의 신규 승용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1.2%나 급감했다.

앞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독일 자회사인 오펠도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에 20억유로(약 25억달러)의 대출보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은 온통 미국에 쏠려 있다. 미국이 지엠 등 자국의 자동차 3사에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다른 나라의 행보에 곧바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해 자동차 업체들이 에너지 효율을 높인 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250억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지난 9월엔 250억달러를 2차로 지원했다. 이에 더해 미국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자동차 업계의 요구에 따라,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250억달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곧 상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자동차 구제금융 이후, 푸조·르노·폴크스바겐(폭스바겐)·피아트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도 구제금융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은 400억유로의 자동차 지원안을 경기 부양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26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10월 서유럽의 신규 자동차 등록 건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15.5%나 줄었다

 

 지난 6년 동안 해마다 20% 이상씩 성장해온 중국 자동차 업계도 최근 경제성장 둔화로 판매가 급락하자, 정부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제이에이시(JAC) 자동차의 셰차이룽 사장은 19일 <뉴욕 타임스>에 미국의 자동차 3사 지원을 언급하면서, “중국 정부도 틀림 없이 우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휘발유 가격 인하, 신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각국 정부의 본격 지원을 둘러싼 신경전도 한창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8일 “미국이 우리에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자동차 업체 지원) 조처들을 취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국 창펑자동차의 고든 천 국제업무총괄부장은 “지엠·포드·크라이슬러가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것은 불공정 게임”이라고 말했다. 자국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엔 호의적이지만, 경쟁국의 지원엔 경계감이 가득하다.

 

출처: 한겨레신문  류이근 김외현 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