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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역량 끌어내기

성공을 도와주기 2009. 1. 15. 11:03

[인사관리 업그레이드]숨겨진 잠재역량 찾아내기

(매일경제 7/29)

 

부하직원 믿는 만큼 성과 낸다

유로2008 축구대회는 무적함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를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는 다시 한번 ‘히딩크의 마법’을 회자시키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과 더불어 러시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2002 월드컵에서 한국 팀 사상 처음 4강 진출이라는 기적을 연출했을 때와 아주 흡사한 상황이다. 2006년에는 호주 대표팀 감독을 맡아 호주 팀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켰고, 사상 처음 16강에 진출하는 신화도 만들어냈다.

한국, 호주 그리고 러시아 팀을 이끌며 달성한 히딩크의 성과에 ‘신화’ 또는 ‘마법’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브라질, 프랑스, 독일, 영국 팀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플레이어가 별로 없었음에도 기대 이상의 커다란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히딩크의 마법은 선수 개개인에게는 발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면서, 견고한 팀워크와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다는 데 있다.

즉, 겉으로 보기에 평범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지만 실제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비범한 성과를 냈기 때문에 열광하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스타플레이어 즉, 핵심인재를 수혈하지 않고 기존의 평범한 인재들로부터 이러한 획기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는 없을까. 실제로 충분히 가능하며, 방법은 너무 평범하기까지 하다.

히딩크의 성과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로 상당부분 설명된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키프로스의 조각가 피그말리온에서 유래됐다. 그는 자신의 눈에 비친 여인들이 모두 결점 투성이라고 생각하고 평생 독신을 고집했다. 어느 날 그는 상아로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조각했는데 그 아름다움에 빠져 신들에게 조각상을 자신의 아내로 만들어달라고 기도했고, 그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 여신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이후 간절한 기대가 현실에 반영되는 것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활용됐다.

1988년 스털링 리빙스턴은 하버드비즈니스 리뷰에서 ‘경영의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글을 통해 종업원들은 관리자가 자신들에 대해 긍정적이고 높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목표달성을 위한 동기가 부여되고 성과를 향상시킴으로써 예측을 현실화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관리자가 자신들에 대해 부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관리자가 아무리 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했어도 직원들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결국 성과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가져온다고 했다.

교육학에서도 로젠탈 효과라는 게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였던 로버트 로젠탈은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한 뒤 무작위로 20%를 뽑아 교사들에게 명단을 건네면서 이들을 ‘지적 능력과 학업 성취도가 뛰어난 학생’으로 소개했다. 8개월 후 다시 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학생의 지능지수는 다른 학생들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즉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긍정적 기대가 실제 학생들을 우수하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 연구다.

“나에겐 이른바 스타플레이어의 명성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히딩크는 말했다.

즉 가용한 선수 풀 중에서 명성이 아닌 실력과 최고의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선발해서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가혹한 훈련을 시킨다.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끝까지 믿는다. 선수 역시 감독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따른다. “히딩크를 위해 죽을 수도 있다”고 한 마크 비두카 호주 대표팀 공격수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목표달성이 불가능하거나 아니면 확실할 때는 동기부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50% 수준이라면 최고 수준의 동기부여가 된다. 만약 조직구성원 대부분이 이러한 수준으로 동기부여가 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조직은 구성원의 능력에 대해 인정하고, 구성원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결국 구성원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마음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 현장사례 - 사우스웨스트항공
월급 낮아도 즐거워 다닌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직원 존중 문화로 생산성을 높였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항공업계 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에 의해 전 세계 85개 메이저 항공사 중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선정된 바 있고, 미국의 항공사로는 유일하게 26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흑자를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많은 미국 기업과는 대조적으로 정리해고를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은 회사다. 핵심인재 중심의 인재관리가 대세인 요즘, 조직 구성원 전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 경이적 성과를 창출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사례는 바로 피그말리온적 인재관리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다.

탁월한 인재는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다. 경쟁 업체가 그 회사의 경쟁력을 모방하려면 그저 그 핵심 인재를 데려가면 그만이다. 그러나 보통사람이 내는 탁월한 경쟁력은 경쟁자가 모방하거나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다. 이러한 점이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 인재관리의 핵심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돈을 많이 주는 회사가 아니다. 직원 개개인에 대한 개별적 보상보다는 팀이나 부서별 집단 보상에 중점을 둔다. 실적별로 개인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이윤이나 주식 지분을 나눠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임원들의 보수를 상대적으로 낮춰 일반 직원들과 같이 대우한다. 임직원들이 받는 급여는 대부분 업계 평균보다 낮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전에 다니던 곳에서 보수를 올려주겠다고 해도 거절하고 사우스웨스트항공에 입사한다.

이는 돈보다 만족감이 높기 때문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인재관리 기본 철학은 즐거움과 구성원에 대한 믿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한 세 가지 기본철학은 첫째, 일은 즐거워야 한다. 일은 놀이다. 즐겨야 한다. 둘째, 일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사람은 중요하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담배를 피우실 분은 밖으로 나가, 비행기 날개 위에 앉아 마음껏 피우셔도 됩니다. 흡연 중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입니다.” 금연과 관련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내방송 멘트다. 즐겁게 일하는 것이 실천되는 모습이다. 이렇게 즐겁게 일하는 회사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재를 채용할 때도 직원의 태도를 매우 중요시한다. 지식이나 기술은 습득할 수 있지만 누구든지 성격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고객들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직원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정신으로 대한다. 종업원을 존중하고 소중히 생각한다는 내용이다. 실제 고객을 위해 자신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행동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조종사라도 직접 승객들의 가방을 실어야 할 경우가 있으면 기꺼이 싣는다. 이러한 직원들의 적극적인 근무 태도 덕분에 다른 항공사보다 노동생산성이 매우 높다.

픽사(Pixar)의 브래드 버드 감독은 ‘인크레더블’과 ‘라따뚜이’라는 두 편의 획기적인 애니메이션 영화로 두 차례 오스카상을 수상했다. 그는 기존 방법에 대해 불만이 많은 아티스트들, 회사에서 아무도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전혀 다른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회사를 때려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열정과 창의성을 통해 비용과 시간은 단축하면서도 획기적인 애니메이션을 탄생시켰다.

조직 구성원의 능력이 어느 정도라고 믿는가. 대부분의 조직에서 조직 구성원의 잠재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높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 끼는 있으나 발휘할 기회가 없는 인재들로부터 숨겨진 열정을 끌어내고 이를 통해 비범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경영자의 마법을 기대해 본다.

[김병전 딜로이트컨설팅 휴먼캐피털그룹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