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골리앗’ 한국조선을 부탁해 | |
104m 높이 크레인의 ‘하늘위 조종실’ 지상과 연결은 무전교신뿐 | |
김영희 기자 | |
지난 15일 찾은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의 골리앗크레인. 104m 아래 세상은 분주했다. 완성되어 가는 선박의 용접 소리, 자기 덩치의 몇 배인 대형 블록(선박의 일부를 이루는 철구조물)을 나르는 납작한 트랜스포터가 오가는 소리, 손신호를 보내는 사람들의 소리…. 그에 비하면 오택규씨가 앉아 있는 하늘 위 조종실(캐빈룸)은 고요하다 못해 긴장감이 흘렀다. 3개 기중기(호이스트) 가운데 하나가 10톤짜리 크레인을 번쩍 들어 도크 안으로 옮기는 작업이 시작되자, 조작판 위 그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오씨는 최근 이곳에 새로 설치된 세계에서 가장 큰 1600톤급 골리앗크레인 기사다. 정식 명칭은 ‘갠트리 크레인’이지만 1970년대 450톤급이 들어왔을 때 거대한 모습에 붙였던 애칭이 이젠 우리 조선업계에서 굳어졌다. 오씨는 “도크 내 작업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게 조선소 경쟁력의 핵심인데 골리앗은 그 중심”이라고 말했다. 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00m 이상 올라 도착한 캐빈룸엔 냉장고와 냉방시설, 화장실 등이 딸려 있다. 12시간 교대근무에서 지상에 내려가는 건 점심시간 한 번뿐, 유일하게 세상으로 열린 창은 지상에서 신호수들이 끊임없이 보내오는 무전 교신뿐이다.
최근완공 10번째 도크에 1600t급 설치 버스 4대가 지나갈 수 있다는 길이 14.7m, 상판폭 13m의 거더가 있고 그 사이로 기중기를 내려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골리앗은, 주로 도크 내에서 거대한 블록들을 옮겨 조립하는 일을 맡는다. 45층 건물 높이의 골리앗이 블록들을 3~5㎜의 오차범위 안에서 조작하는 정교한 작업을 수행한다. 1600톤급이면 3개의 지지대가 한꺼번에 모두 1600톤 무게를 들 수 있다는 얘기다. 몇십 미터 옆에는 또하나의 1600톤급 골리앗이 보였다. 도산한 스웨덴의 한 조선소가 버렸던 1500톤급을 6년 전 단돈 1달러에 사들여와 다시 만든 골리앗이다. 레일을 따라 옮겨 두 골리앗을 근접시키면 최대 3200톤의 무게를 기사 한 명이 조종할 수도 있다. 골리앗의 안전을 담당하는 박준현 기사는 “풍속이 초속 20m를 넘으면 안전을 위해 가동을 멈추지만, 조선소 작업 효율을 위해 거의 24시간 가동하기 때문에 부위별로 이상 여부를 24시간 감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2대의 골리앗은 현대중공업이 최근 완공한 10번째 도크(H도크)에 설치됐다. 선박 발주가 끊겨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나 시추선 같은 해양설비 수주에 조선사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만들어진 해양전문 도크다. 길이 490m, 너비 115m, 깊이 13.5m로 파, 축구장 7개 면에 해당한다. 윤택상 해양사업본부 상무는 “선박시장은 금융위기로 잠시 침체기지만 석유 시추 등 해양부문 시장은 밝다”며 “특히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뿐 아니라 더 큰 덩치의 부유식 천연가스생산저장설비(LNG FPSO) 건조가 본격화할 것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대형 선박 평균가격이 척당 1억달러라면, 원유설비는 1건에 16억달러, 천연가스설비는 건당 40억~50억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은 건설중인 군산조선소엔 1650톤급까지 세울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올해 900톤급을 추가로 설치했고, 삼성중공업도 올해 안에 900톤급이 추가로 선다. 지난 90년 노동자들의 ‘골리앗 투쟁’의 기억을 품고 있는 울산의 골리앗들은 지금 ‘세계 1위 조선강국’의 상징이다 출처: 한겨레 신문 울산/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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